네타냐후-러 외무장관 회동…트럼프-푸틴 정상회담 후속조치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 내 이란 세력 축소를 위한 방안을 러시아 측과 의논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발레리 가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만나 이 같은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는 이스라엘은 수개월 전부터 러시아를 상대로 시리아 내 이란군 철수를 위해 나서줄 것을 종용했으며 네타냐후 총리와 라브로프 총리 간 회동은 이런 노력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한 시도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시리아 내 이란군 주둔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러시아에 시리아 내 이란군 철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러시아와 이란이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최대 후원국이어서다.
이스라엘과 앙숙인 이란은 최근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이스라엘을 압박하기 위해 시리아 곳곳에 군사세력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은 바로 코앞에서 벌어지는 이란의 영향력 확대 움직임을 묵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는 아사드 정권 쪽에 도움을 주며 시리아와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푸틴 총리의 초대에 응해 러시아 월드컵에 참관한 것도 러시아와의 친밀한 관계 유지를 위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동 전 "이스라엘은 이란이나 이란의 대리인이 시리아에 군사세력을 배치하려는 시도에 계속 맞서겠다"며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기 수십년 전인 1974년 양국 간에 체결된 분리협정을 이행하길 강조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리아 정부군은 러시아의 지원 하에 시리아 남서부 지역 상당 부분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 중에는 이스라엘의 골란 고원과 맞닿은 곳도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손꼽힌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서 실수로 골란 고원 쪽으로 로켓포가 넘어오는 것에 대비한 새로운 중거리 요격 미사일 체계인 '다윗의 물매'(David's Sling) 포대를 배치하기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이란군이나 헤즈볼라를 포함한 이란 동맹 세력만 국경 인근 지역에 주둔하지 않는다면 아사드 정권의 해당 지역 통치에 별다른 불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한 정부 관계자는 FT에 정부의 공식 입장은 시리아에서 이란군이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단 러시아와의 내부 협상에선 이스라엘 국경으로부터 96~160㎞ 범위로 완충지대를 만드는 초기 안건이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시리아 남부에서의 "반테러 작전을 끝내고 1974년 휴전협정 이행을 포함해 이스라엘 국경의 안보를 제공하는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기대에 부응하는 답을 내놨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최근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의 안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나눈 대화에 감사하다"고 밝혀 지난 16일 미러 정상회담서 시리아 내전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음을 재확인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시리아 남서부에서 테러범들을 격퇴한 후에 골란고원에서 1974년 철군 합의를 전면 이행하는 상황이 돼야 한다"면서 "이는 골란고원을 다시 평온하게 하고 휴전을 되살리며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동맹국인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안전보장에 대해 푸틴 대통령과 공감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이란의 세력확장을 억제해야 한다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미국과 러시아가 큰 틀에서 수용했을 수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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