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사건도 함께 심리…"논란종결 포석"
대법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무죄사건 추가…변론 쟁점 확대
'병역거부 정당 사유' 판례 변경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대법원이 다음 달 30일로 예정된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공개변론에 무죄를 선고받았던 사건까지 추가해 심리하기로 했다.
대법원이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던 병역거부 사건뿐 아니라 무죄 사건까지 심리하겠다는 것은 다뤄질 만한 모든 쟁점을 이번 공개변론에서 다뤄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이번 재판을 통해 사회적 논란을 마무리하겠다는 대법원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6일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다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의 상고심을 공개변론 대상에 추가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18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현역병 입영과 예비군 훈련 소집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2건의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여기에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까지 추가된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공개변론에서는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으로 하급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과 함께 병역법 위반으로 무죄가 선고된 사건까지 한꺼번에 심리하게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무죄 사건이 모두 변론 대상에 포함되면서 종교적 사유 등에 따른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지, 정당한 사유의 기준은 무엇인지 등 법적 쟁점에 관해 풍부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또 공개변론에서 병역거부 사건과 관련해 의견을 낼 참고인으로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와 이재승 건국대 로스쿨 교수, 신기훈 국방부 송무팀장을 선정했다.
장 교수와 이 교수가 각각 검찰 측과 변호인 측 참고인을 맡고, 신 팀장이 국방부를 대표해 중립적 의견을 진술할 방침이다.
대법원은 또 쟁점에 대한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국방부와 병무청,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공법학회, 한국형사법학회, 한국헌법학회, 대한국제법학회, 한국법철학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국가인권위원회,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 12개 기관 및 단체 의견서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종교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있는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8일 병역의 종류에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번 쟁점에 대한 판단을 내비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양심의 진실성이 인정될 경우 법원은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입영거부 또는 소집불응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에 이어 공개변론을 통해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존 판례를 변경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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