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함께한 55년'…횡성숲체원서 열린 숲 속 금혼식
(횡성=연합뉴스) 김영인 기자 =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손을 꼭 잡고 살아온 55년, 어느새 머리는 백발이 됐다. 오늘 숲체원에서 함께해 온 나의 아내와 다시 한 번 결혼한다."
백발이 성성한 신랑 최준기(79)씨가 55년을 함께해 온 신부 백창순(74)씨에게 감동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국립횡성숲체원이 지원한 '숲 속 아름다운 금혼식'이 23일 숲체원 무장애 데크 로드에서 열렸다.
금혼식 주인공인 이들 부부는 강원 횡성군 둔내면에 거주하는 금실 좋은 결혼 55년 차 노부부다.
부부는 현재 횡성군에서 지원하는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에 활발히 참여하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왕성한 봉사를 하고 있다.
만 19세에 결혼을 했다는 백창순 신부는 "이렇게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어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을 아름다운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준기 신랑은 "내가 가진 것이 없어 당신을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하다. 함께 살아줘서 고맙고 앞으로 더 행복하게 잘 살자"며 아내에게 감동의 편지를 건넸다.
이날 금혼식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신랑 신부 입장을 시작으로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 아들의 편지, 축사, 축하공연, 가족사진 촬영, 피로연 순으로 진행됐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온 힘을 다해 키워주신 부모님 은혜에 감사를 전하는 자식과 손자의 모습에 주인공들은 감동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또 둔내면장과 숲체원장의 따뜻하고 존경을 담은 축사가 이어지고 마을 이장 등 지역민의 색소폰 축하연주로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장관웅 원장은 "사랑과 믿음으로 서로를 지지하고 동행하는 모습은 모두가 존경할 만하다"며 "앞으로도 서로를 더 사랑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국립횡성숲체원은 경제적·사회적 여건으로 결혼하지 못하는 소외계층과 고령자들의 황혼 결혼, 사회초년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식을 하지 못한 부부를 지원하고 있다.
kimy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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