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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강자'에서 '메이저 챔프' 몰리나리
최근 6개 대회에서 3승·준우승 2번 상승세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23일(한국시간) 제147회 디오픈을 제패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는 세계 골프에서 숨은 강자다.
현재 세계랭킹 15위가 말해주듯 몰리나리는 이미 검증된 고수지만 2004년 프로 전향 이래 줄곧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활동해 이름을 널리 알릴 기회가 적었을 뿐이다.
그는 올해 들어 전문가들 사이에 가장 뜨거운 선수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5월 유럽프로골프투어의 특급 대회 BMW 챔피언십을 제패한 데 이어 PGA투어 퀴큰론스 내셔널에서 우승했고 존 디어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디오픈에 출전하기 전에 치른 5개 대회에서 그는 2차례 우승과 2차례 준우승을 거뒀다.
이 때문에 몰리나리를 디오픈 우승 후보로 꼽았던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3라운드가 끝난 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골프 전문 기자 마이클 뱀버거는 "아이언을 기가 막히게 잘 다루는데다 미스샷을 해도 수습하는 재주가 있다"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찍었다.
몰리나리는 이런 기대에 100% 부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1987년 디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닉 팔도(잉글랜드)가 18홀 모두를 파로 막아내며 우승한 장면이 들어있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바람이 강하게 분다는 기상 예보를 듣고 "파세이브가 버디 사냥보다 더 중요하다"고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13번홀까지 파세이브에 주력했고 이 전략을 멋지게 들어맞았다. 그는 가장 쉬운 14번홀(파5)에서 승부수를 띄워 버디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끝에 클라레 저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몰리나리는 "2007년 디오픈에 처음 출전했을 때 경기장이 커누스티였다. 최악의 경기 끝에 컷 탈락했던 기억 때문에 더 조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가능하면 당시 끔찍했던 경험은 떠올리지 않고 샷 하나하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선두권 선수 가운데 혼자 보기 없는 경기를 펼친 비결이었다.
몰리나리는 이번 디오픈 제패로 고국 이탈리아에 첫 메이저 우승을 선사했다.
이탈리아는 디오픈은 커녕 어떤 메이저대회에서도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콘스탄티노 로카가 1995년 디오픈 연장전에서 존 댈리(미국)에 진 게 지금까지 이탈리아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올린 최고 성적이었다.
몰리나리는 "고국 이탈리아에는 굉장한 뉴스"라면서 "수많은 어린이가 TV로 오늘 경기를 봤을 것"이라면서 이탈리아 골프에 새로운 부흥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몰리나리는 2살 많은 형 에도아르도와 함께 이탈리아 주니어 무대를 석권한 신동이었다.
이탈리아 아마추어 선수권대회를 2차례나 우승한 그는 2004년 프로로 전향, 2005년부터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뛰었다.
2006년 이탈리아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그는 지난 5월 BMW PGA챔피언십까지 5승을 올렸지만 이달 초 PGA투어 퀴큰론스 내셔널 우승으로 비로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PGA투어에 가끔 출전한 몰리나리는 2015년부터 PGA투어와 유럽투어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2015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3위로 미국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달 들어 퀴큰론스 내셔널 우승, 존 디어 클래식 준우승에 이어 디오픈 제패로 '몰리나리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디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와 동반 플레이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한 몰리나리는 우즈와 인연이 적지 않다.
2010년과 2012년 두차례 라이더컵에서 두번 모두 우즈와 싱글 매치에서 대결했다.
2010년 첫 대결에서는 4홀차로 대패했지만 두번째 맞붙은 2012년에는 무승부를 끌어냈다.
몰리나리의 이름을 알린 퀴큰론스 내셔널 우승 때는 대회 호스트인 우즈에게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몰리나리는 "우즈와 동반 플레이는 부담이 적지 않다. 워낙 팬이 많고 시끄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성공적으로 이겨냈다"고 기뻐했다.
그는 맨먼저 우승 축하 인사를 건넨 선수 역시 우즈였다고 밝혔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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