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휴가 전 빠른 잠정합의…관세폭탄 등 안팎 경영위기 공감
파업도 2차례 그쳐 2011년 무파업 이후 최소규모…교섭 장기화시 노사 모두 부담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 만에 여름 휴가 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미국의 '관세폭탄'과 정부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외부 분위기와 판매량 감소 등 내부 위기론이 교섭에 속도를 내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 8년 만에 휴가 전 잠정합의, 7년 새 최소규모 파업
현대차 노사는 20일 열린 21차 교섭에서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4만5천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격려금 250%+28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노사는 올해 교섭 최대 쟁점이던 완전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방식 역시 임금을 보전하면서 심야근로를 20분 줄이고 시간당 생산량(UPH)을 0.5대 늘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노사가 여름 휴가 전 잠정합의를 한 것은 2010년이 마지막으로 이번이 8년 만이다.
노조는 올해 교섭 기간 모두 2차례 부분파업(매출 차질 2천502억원 상당 추산)을 했는데, 지난 2011년 무파업 이후 최소규모다.
◇ 미 관세폭탄·개소세 인하 속 교섭 장기화 부담
올해 교섭이 예년보다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미국의 25% 관세 부과 예고 등 국제 경제 상황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노조는 교섭 중이던 지난 12일 논평을 내고 "미국 관세폭탄으로 33만 대의 현대차 대미 수출이 줄고, 5천∼6천 명의 정규직 일자리, 2만∼3만 명의 부품사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 실적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미주지역 판매량은 27만3천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고, 중국 판매량 역시 17.1% 줄어든 16만3천여 대에 그쳤다.
현대차의 1분기 매출액은 22조4천366억원, 영업이익은 6천8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0% 줄고 영업이익은 45.5%나 감소했다.
경상이익은 9천259억원, 당기순이익은 7천31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 47.3%, 48.0% 줄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이후 분기 최저치다.
주가 역시 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시가총액이 6위로 밀려났다. 몇 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에 이어 2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굴욕적이라 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18일 내수 진작을 위해 자동차 개소세를 5%에서 3.5%로 인하하기로 발표하면서 교섭 장기화나 추가 파업은 노사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수출 감소가 예상되고 이미 글로벌 판매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정부까지 나서서 자동차 내수 판매를 늘리려고 하는데, 정작 당사자인 현대차가 교섭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만만찮다.
현대차 관계자는 "위기 상황을 노사가 공감하고 있다"라며 "생산성 향상으로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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