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 신호?…제조업 재고율, 외환위기 이후 최고
"가동률 동반 하락…경기 침체 초입일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제조업체가 만든 물건이 팔리지 않으며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재고율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하며 제조업 생산 둔화로 번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은행, 통계청 등에 따르면 5월 제조업 재고율지수(2015년=100)는 108.7이다.
제조업 재고율은 월말 재고(생산분 중 팔리지 않고 남은 것)를 월중 출하(생산분 중 시장에 내다 판 것)로 나눈 값이다.
올해 들어 제조업 재고율지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 재고율지수는 1월 110.0에서 2월 111.0으로 상승했고 3월엔 113.9까지 올라갔다.
113.9는 외환위기에 시달리던 1998년 9월 12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4월에는 113.4, 5월에는 110 미만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200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재고율은 생산품이 팔리지 않고 쌓일 때 상승한다.
경기가 둔화하거나 침체 초입일 때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재고율 상승이 항상 부정적인 신호는 아니다.
수요 급증에 대비해 제조업체가 미리 생산하고 재고를 쌓아두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반도체 경기가 좋을 때 재고율은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재고율 증가는 가동률 하락과 함께 나타나고 있어서 우려를 낳는다.
팔리지 않는 제품이 늘면서 생산까지 둔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올해 1월 70.6%, 3월 70.3% 등 70% 초반까지 내려갔다.
이후 2개월 연속 상승해 5월에는 73.9%까지 올랐으나 상승세가 계속될지 미지수다.
업종별로 보면 5월 기준으로 반도체 재고가 1년 전보다 18.7% 늘었고 자동차 16.0%, 1차 금속 7.7% 증가했다.
경기가 아직 좋은 반도체 외에 다른 업종 재고 증가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자동차 제조업은 국산 차 경쟁력 약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반한 감정이 고조된 데 따른 중국 내 판매 부진, 미국 수출 부진 등이 겹치면서 둔화하고 있다.
철강과 같은 1차 금속 제조업은 연관 산업인 자동차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 여파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재고율이 높아지는 것은 전체적인 경기 상황이 부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경기 침체 국면에 이미 들어간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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