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화장품이 피부에 흡수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면 어떨까.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땀구멍이 있는 피부 같은 표면에 액체가 스며드는 속도를 연구한 결과가 나왔다고 22일 밝혔다.
이동욱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공극'(작은 구멍·cavity)이 있는 표면에 액체가 스며드는 속도를 연구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7월 19일 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액체가 공극 속까지 완벽하게 스며드는 속도에 영향을 주는 다섯 가지 변수를 제시한 게 핵심이다.
다섯 변수는 고체(표면)의 화학적 성질과 구조, 액체 속 용존 공기량과 계면활성제의 종류, 액체의 휘발성이다.
이 교수는 실리콘에 땀구멍처럼 입구가 좁고 내부 폭이 넓은 '오목한 공극'을 만들어 거친 표면을 생성하고, 물속에 넣어 젖는 속도를 관찰했다.
관찰 결과, 실리콘 표면과 액체의 상태에 따라 젖는 속도가 달라졌다.
액체가 물인 경우, 실리콘 표면이 물을 좋아하는 성질이 강할수록, 공극의 입구가 넓은 형태이거나 아랫부분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일수록 젖는 속도가 빨랐다.
또 물속 용존 공기량이 적을수록 실리콘 표면이 빨리 젖었고, 휘발성이 강한 액체가 실리콘 표면에 더 빨리 스며들었다. 어떤 계면활성제를 녹이느냐에 따라서도 속도에 차이가 있었다.
이런 관찰 결과를 화장품에 적용하면, 모공을 가리는 '모공 프라이머' 또는 땀구멍 속까지 들어가 피지를 제거하는 세안제는 용존 공기량을 줄여야 빠른 속도로 모공 안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자외선 차단제나 색조 화장품은 땀구멍을 막지 않아야 피부 건강에 유리하기 때문에 화장품 속 용존 공기량을 늘리고, 화장품 자체의 휘발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조하면 좋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건물에 녹이 슬지 않도록 페인트를 칠하거나, 가구를 보호하는 코팅 처리처럼 생활 속에 다양한 경우가 있다"라며 "이번 연구는 표면에 액체를 더 잘 스며들게 할지, 덜 스며들게 할지를 조절할 수 있는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UC산타바바라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사업에서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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