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염 속 양산 산란계 사육농가 "하루하루가 전쟁이죠"
하루 40여 마리씩 폐사하다 멈춰…친환경 농장선 "이상 무…유정란 고가 판매"
(양산=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지난주 폭염이 본격화되면서 하루에 40∼50마리씩 닭이 죽어 나갔죠. 지금은 멈췄지만 지붕에 물 뿌려주고 그늘막치고 영양제 주고, 하루하루가 거의 전쟁통입니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 농장 3곳에서 산란계 10만 마리를 키우는 류동길(38) 씨는 20일 닭 케이지 밖 그늘막을 손보고 닭들이 마실 물에 더위 스트레스 완화제를 타느라 부산했다.
도내 전역 폭염특보 발령에다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7도를 오르내리자 양산을 중심으로 산란계 대량 사육농가들은 더위에 면역이 약해진 닭들이 죽어 나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2013년 이후 폭염에 어느 정도 대비해오고 있고 농가들도 요령이 생겼다지만 갈수록 기온이 올라가고 혹서가 장기화하자 농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류씨는 요즘 축산용 초대형 선풍기를 완전가동하고 닭 케이지 지붕에 물을 자주 뿌려준다.
그리고 양산시에서 지원해준 비타민과 전해질 등 더위 스트레스 완화제를 정기적으로 물에 타서 먹이고 있다.
닭들도 많이 먹으면 열이 나서인지 사료 섭취량이 줄었고 그만큼 계란 크기도 작아졌다.
1개당 60∼65g이던 계란 무게가 57∼58g으로 줄었다. 산란율도 92%에서 88% 정도로 떨어졌다.
다행히 계란값은 1개당 140원 전후에서 지난 5월엔 70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00원대로 다소 회복됐다.
이에 비해 인근에서 친환경농장 웰팜을 운영하는 김성권 대표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김 대표가 안내한 220㎡ 정도 크기의 농장 안엔 1천600여 마리의 암탉 사이로 수탉이 곳곳에 보였고 제한된 공간이지만 방사된 형태로 움직이고 있었다.
바닥에 깔아 놓은 것을 한 줌 쥔 김 대표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며 코 가까이 댔다.
톱밥과 왕겨에다 미생물을 뿌려 만들었다는 바닥재는 그의 말대로 거의 냄새가 나지 않고 물기도 없었다.
닭들이 똥과 오줌을 수시로 누고 1년간 따로 한 번도 치우지 않았는데도 바닥은 말라 있고 찬 느낌마저 들었다. 이러다 보니 파리나 벌레 등이 생길 틈이 없다고 했다.
창문이 없이 폐쇄형인 일반 닭 케이지와 달리 양옆은 열려있어 바람이 통했다.
선풍기를 틀어놓은 농장 안은 31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웰팜에선 수년간 폭염 때문에 닭이 폐사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욕심을 내서 좁은 공간에 닭을 많이 집어넣으면 폐사가 발생한다며 김 대표는 은근히 차별화하는 것을 설명했다.
농장이 개방형이 되다 보니 약점도 있다.
잠시 방심을 해 작은 구멍이라도 있으면 들개나 족제비 등 짐승들이 침입해 닭들을 물어 죽이는 경우가 있다.
대신 계란이 유정란이다 보니 개당 도매가로 350원에 넘기니 다른 곳보다 3배 이상 가격 경쟁력이 있다.
현재 양산에는 30농가에서 산란계 약 110만 마리를 키운다.
폭염이 계속되자 시에서도 면역증강제를 2차례 나눠주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에 이어 살충제 파동에다 계란값마저 떨어진 상황이라 농가들은 공무원들 방문도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양산시 관계자는 "수년간 경험이 있어 농가들도 어느 정도 폭염에 잘 대처하고 있다"면서도 "폭염이 더 지속하고 열대야가 계속되면 열을 배출하지 못한 닭들이 폐사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b94051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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