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조스님 단식 30일…깊어지는 조계종 갈등
총무원-적폐청산 진영 각기 공세 강화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설조 스님이 종단 적폐청산과 총무원장 설정 스님 퇴진 등을 요구하며 시작한 단식이 30일째를 맞은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설조 스님과 시민단체 측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총무원 측이 대응에 나서면서 조계종 안팎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세수 87세로 알려진 설조 스님은 지난달 20일 단식을 선언했다.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지난 10일 설조 스님을 직접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조 스님은 총무원장에서 물러나야 중단할 수 있다며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총무원은 지난달 출범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순히 제기된 의혹만으로 총무원장이 물러날 수는 없으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종단 내부에서 불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설조 스님 측은 세력을 확장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설조 스님 단식을 지지하며 총무원장 퇴진 요구 집회를 열고 있는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는 지난 17일 '설조스님 살려내기 위한 국민행동 연석회의'를 발족했다.
불교시민단체와 신도단체, 시민사회단체, 전국교직원노조를 포함한 70여개 단체가 참여했다고 시민연대 측은 밝혔다.
양측의 공방은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총무원은 지난 17일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종단 혼란을 조장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총무원은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는 지난 14일 시위에서 신도들의 기도처인 조계사 대웅전을 시위장소로 이용하기 위해 집단으로 대웅전에 난입하는 한편 이에 항의하는 조계사 스님들과 종무원, 그리고 신도님들에게 막말을 퍼붓는 등 곳곳에서 소란을 벌이며 상식 이하의 행동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단 내부의 문제에 대해 불교적 방식에 의한 문제 해결은 외면한 채 정부권력을 개입시켜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위까지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각화사 선원장 노현 스님은 이날 설조 스님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스님께서 하시는 행태가 적폐"라며 "단식을 멈추고 법주사로 돌아가시라"고 요구했다.
노현 스님은 설조 스님이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호적을 바꿔 실제 나이는 76세이며, 불국사 주지 재임 당시 분담금 수십억원을 체납했다고 주장했다.
갈등 국면에서 이번에는 시민사회 원로들이 설조 스님을 지지하고 나섰다.
함세웅 신부, 이해동 목사,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등은 '설조 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결성하고 19일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설정 총무원장은 여러 의혹에 대해 사실대로 해명하고 참회와 사퇴로 설조 스님을 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당국은 수천억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된 템플스테이, 사찰재난방재시스템 구축 사업 등에 대한 배임과 횡령 의혹 등을 밝혀내고, 자승 전 총무원장 재임 기간 자행된 각종 불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염무웅 전 한국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 단병호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대표 등 10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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