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뒤로하고 세속화한 국가들, 20세기에 더 번영"
영·미 연구팀…개인 권리를 존중하는 관용이 성장에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부유한 국가들은 세속적이고, 반면 가난한 나라들은 종교적인 경향이 있다는 통설이 있지만, 세속화가 번영을 부르는지 혹은 그 반대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또 이런 주제는 학자들 간에 오랜 논쟁거리가 돼 왔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1858~1917)은 경제 발전으로 물질적 욕구가 충족되면 종교는 점차 소멸할 것이라고 했지만, 독일의 막스 베버(1864~1920)는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자본주의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쟁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20세기에는 세속화한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더 성장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과 미국 테네시 대학 공동연구팀은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 등을 이용, 개별 국가의 가치관과 그들의 국내총생산(GDP) 간 관계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와 더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1900년부터 2000년까지 1세기 동안 세계 109개국의 세속화와 성장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종교에 덜 집착할 때 경제적 성장이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세속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오랜 의구심에 부분적인 답을 내놓은 것이라면서 관련 논쟁에 다시 불을 지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저자인 브리스톨 대학의 대미언 럭은 "우리가 찾아낸 것은 세속화가 경제 발전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며, 그 반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럭은 이어 개인의 권리를 크게 존중하는 세속화만이 경제 발전을 이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통계적 분석 결과로는 개인의 권리에 대한 관용이 세속화보다는 훨씬 더 경제 성장을 예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사회의 성공에는 관용이 궁극적인 동력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여성이 이혼이나 낙태를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여성이 일자리로 나오고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번 결과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럭은 "세속화는 동성애와 낙태, 이혼 등에 대한 더 넓은 관용에 의해 수반되지만, 종교적인 국가들 모두 번영을 못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종교단체들은 개인의 권리를 시대에 맞게 적용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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