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단체장 바뀐 부산 지자체들 구태개선에 안간힘
익명 게시판에 건의사항 접수, 정보공개 확대 등 정책변화 추진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7월 초 신임 단체장이 취임한 부산의 기초단체들이 과거 관행에 젖어 있던 구정 운영에 변화를 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산진구청은 오는 27일까지 직원용 게시판인 '공감소통방'에 업무 방식 개선을 위한 의견을 익명으로 신청받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게시판에는 '주간업무 회의가 잦아 부담스럽다', '일제 잔재인 정례조례를 없애자'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그동안 불필요한데도 관행처럼 하던 일이나 법규에 근거하지 않았던 사무 등을 없애고 그 시간에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 주민을 위한 시책을 발굴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연제구는 민원인의 정보공개 청구 때 원문정보 공개 비율을 높이는 데 부서별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원문정보 공개제도는 생산문서의 비공개 관행에서 벗어나 정보공개를 확대해 정책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중심의 정보공개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2015년 3월부터 시행 중이다.
그러나 결재문서의 공개를 꺼리거나 문서작성 시 첨부 파일을 작성해야 하는 불편 등으로 원문공개율이 낮은 게 현실이다.
원문정보 공개율은 올해 6월 기준 부산시가 75.9%, 16개 구·군 평균이 64.3%인데 연제구는 평균 이하인 60.4%에 불과하다. 연제구는 관련법에 따른 비공개 대상정보를 제외한 모든 정보는 공개나 부분 공개하고, 구청장 보고용 각종 행사·월례회 일정 등도 수시로 공개하기로 했다.
또 매월 말 '정보공개 자율점검의 날'에 각 부서에서 잘못 분류한 문서를 재검토하고 부서별 비공개 문서를 분석해 공개나 부분 공개가 가능한 문서는 다시 분류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과도한 예산을 들여 신임 구청장 집무실을 새로 꾸미는 것도 옛말이다.
수영구는 이달 초 강성태 구청장 취임에 맞춰 기존 구청장 집무실의 집기류 등을 교체하려다가 강 구청장 지시로 내부 벽지만 바꿨다.
담당자가 3선을 했던 박현욱 전 구청장 시절의 집기류가 낡았다고 판단해 교체 계획을 세웠으나 강 구청장이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강 구청장은 "시의원 시절에 유럽 의회에 가보니 집기류를 대대로 물려받아 쓰고 있었다"며 "멀쩡한 물건을 바꾸는 건 불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재범 남구청장은 청사 5층에 있는 구청장 집무실을 직원용 회의실이나 휴게 공간으로 만들고, 민원실이 있는 2층에 구청장 집무실을 다시 만들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취임 이후 직원 설문을 거쳐 '평화가 미래다. 사람이 희망이다'를 구정 슬로건으로 확정한 데 이어 동 순방 때 주민들 앞에서 취임선서문을 낭독하는 등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이훈전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신임 단체장들의 행보가 3선 구청장이 재직하면서 12년 동안 굳어졌던 관행을 벗어나려는 바람직한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즉흥적인 아이디어 수준이나 홍보용에 머물지 않고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변화가 이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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