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역주행 1위에 소속사는 "사재기·불법마케팅 안했다"(종합)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개해 순위 상승"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밴드 칵스 멤버이자 DJ 숀(28)의 신곡이 인기 걸그룹을 제치고 차트 1위를 차지하자 사재기 의혹이 일었다.
숀이 지난달 27일 발매한 미니앨범 '테이크'(Take) 수록곡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은 17일 오전, 전날 컴백한 '음원 강자' 마마무와 앞서 1위였던 트와이스와 블랙핑크 신곡을 제치고 멜론과 지니 등 차트 1위에 올랐다.
'웨이 백 홈'은 최근 차트에 진입하더니 특별한 화제성 없이 뒤늦게 순위가 상승하는 역주행으로 정상에 올랐다. 그러자 누리꾼 사이에서는 지난 4월 음원 사재기 의혹에 휩싸인 닐로와 비슷한 행보라고 의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닐로는 아이돌 팬들의 스트리밍이 활발한 새벽 시간대에 인기 아이돌 가수를 제치고 1위에 올라 '닐로(날로) 먹다'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비판을 받았다. 소속사는 SNS 파워 페이지에 노래를 소개하는 바이럴 마케팅 효과라고 억울해했지만, 바이럴 업체들이 파워 페이지에 건당 돈을 내고 홍보성 콘텐츠를 게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법', '꼼수'란 비난도 제기됐다.
'웨이 백 홈'도 94만명의 팔로워가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너만 들려주는 음악'에 노래가 소개된 뒤 순위가 상승했으며, 아이돌 음원이 강세인 지난 16일 밤 12시(17일 0시) 멜론 1위로 올라섰다. 멜론 측은 "비정상적인 이용 패턴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숀도 순위 급상승에 놀란 듯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곡이 1위를 한 지니 차트를 캡처해 올리고는 "저....기........이거 뭐야?'란 글을 올렸다.
반면, 숀이 인디 음악계에서 인정받는 밴드인 칵스 멤버이자 솔로로 EDM DJ와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실력파란 점에서 의혹을 반박하는 견해도 나왔다. 숀은 엑소와 방탄소년단, 에픽하이, 샤이니, 에프엑스 등 아이돌 그룹 곡을 작곡했고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엑소 무대에서 연주자로 참여했다.
또 '웨이 백 홈'이 전자음이 가미된 세련된 사운드에 미성의 보컬로 부른 대중적인 멜로디의 곡이란 점에서 호응을 얻을 만하다는 평도 있다.
논란이 뜨겁자 소속사 디씨톰엔터테인먼트는 17일 공식 입장을 내고 "사재기나 조작, 불법적인 마케팅 같은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소속사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 노래를 소개한 것이 전부이고 그 폭발적인 반응이 차트로 유입돼 빠른 시간에 상위권까지 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페이스북으로 이용자 계정을 사서 댓글을 조작하거나 가짜 계정을 활용했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런 행위를 절대 하지 않았다. 심지어 '너만 들려주는 음악' 페이지도 '이 음악을 홍보 중이다'고 밝히고 게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트에 빨리 올라갔다는 이유로 해명하라는 전제에는 '너희는 범죄자이고, 아니라면 이 현상을 밝히라'는 가정이 들어있어 폭력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저희가 차트를 조작하지 않았는데 어느 시간대에 어떻게 올라가고 왜 빠르게 올라갔는지 설명할 수 없을뿐더러,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의 성과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거대 팬덤이 기반이 되지 않더라도 좋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좋은 전략을 수립한다면 좋은 음악은 얼마든지 대중에 소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생각한다"며 "억측성 루머와 비방 등에 대해선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너만 들려주는 음악'(너들음) 페이지도 이날 '너들음의 조작, 선동, 불법마케팅 혹은 영향력에 대한 공식입장'이란 글을 올려 반박했다.
너들음 측은 "좋은 음악이 들어간 영상을 게재해 그 영상을 보고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은 철저하게 리스너의 몫"이라며 "그냥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가 유명해지는 방식이 싫은 것이라고 얘기하시라"고 적었다.
또 페이지 기준에 맞는 좋은 음악을 홍보하고 있고 저작권 차원의 문제가 있어 여러 기획사와 협의가 가능한 자료를 게재한다며 "음원사이트를 통해 음악을 듣는 유저들이 많이 팔로하고 있어 실질적인 전환이 빠른 것으로 추측해볼 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역주행 사례가 주목받은 것은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가 심야시간대에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기로 한 뒤 불거진 논란이기 때문이다.
음원서비스 사업자 등이 참여한 가온차트정책위원회는 닐로의 가파른 차트 역주행으로 음원 사재기 의혹이 제기되자 대책을 마련했고, 이달 11일부터 오전 1~7시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이른바 '차트 프리징'을 실시했다. 음원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심야시간대를 노린 음원 사재기 시도를 차단하려는 방침이었다.
일부 누리꾼은 숀의 노래가 차트 프리징 직전인 자정에 1위에 올라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1위로 노출됐고, 갑작스러운 1위 곡에 관심을 가진 이용자들이 듣기 시작하면서 순위를 유지하는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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