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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피고인 재판서 판사 중재로 법정 화해…벌금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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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피고인 재판서 판사 중재로 법정 화해…벌금도 취소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지난 16일 부산지법 451호 법정에 A(30) 씨가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17일 부산지법 천종호 형사5단독 부장판사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1월 14일 자정 부산 동구에서 술에 취해 택시를 탔다가 기사 B(65) 씨와 시비를 벌이다 주먹을 휘두른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A 씨는 벌금 판결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이날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A 씨는 당시 술에 취해 때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피해자인 택시기사를 증인으로 부른 참이었다.
재판장인 천 판사는 재판에 앞서 증인으로 나온 B 씨를 불러 "기사님, 아들뻘 청년인데 사과하면 용서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갈등이 커져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고 화해를 유도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이에 B 씨는 "그날 욕도 많이 들었고 폭행도 당하는 등 40년 만에 이런 일을 처음 당해 며칠을 일을 못 해 쉬었다"며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그냥 파스만 바르고 끝냈는데 판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따르겠다"고 말했다.
천 판사는 이어 A 씨에게도 "택시기사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건을 끝내는 것이 어떠냐. 폭행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벌금도 낼 필요가 없다"고 물었다.
그러자 A 씨 역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천 판사는 A 씨에게 지금 수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그 돈을 택시기사에게 사과의 뜻으로 줄 수 있는지를 묻자 A 씨는 "20만원이 있는데 드리겠다"고 말했다.
A 씨가 현금인출기에서 20만원을 찾아오자 천 판사는 "돈을 봉투에 담아 정중히 드리고 죄송하다고 말하세요"라고 말했다.
A 씨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진심으로 사과하자 B 씨도 봉투를 받았다.
이를 지켜본 검사는 B 씨에게 처벌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A 씨에 대한 공소를 취소했다.
사건이 종결되고 A 씨와 B 씨는 법정 밖에서 다시 한 번 악수하며 화해했다.
천 판사는 "재판이 열려 벌금형이 확정됐다면 A 씨는 금전적인 손해와 함께 전과기록도 남게 됐을 것"이라며 "죄의 책임을 묻는 법정이 오늘은 화해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8년 동안 소년재판을 해오며 소년범에게 때론 호통을 치고, 때론 따뜻한 손길을 내민 천 판사는 지난 2월부터 형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win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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