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아들' 오스트리아 대통령, 정부 반난민 정책에 쓴소리
"박해받는 사람들은 보호돼야…EU 역외난민센터 비현실적"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극우 우파 연립 정부의 반난민 정책을 비판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일간 외스터라이히와 14일 자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 와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려는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박해를 받는 난민 지위 신청자들은 제네바협약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아프리카 등에 EU 역외 난민센터 건립을 주도하는 오스트리아 정부의 계획을 두고 "어느 나라도 그런 시설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왜 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버리고 달아나는지 그 이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군대가 EU 경계를 경비하는 프론텍스를 도와 북아프리카에서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인 오스트리아는 지중해 루트를 차단해야 한다며 북아프리카나 발칸반도 비EU 국가에 난민센터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립 정부의 한 축인 극우 자유당이 밀어붙이는 이 안은 EU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그리스 등은 12∼13일 열린 EU 법무·내무장관 회의에서 EU 내에서 난민 지위 신청을 못 하게 막는 것은 난민 권리를 인정한 제네바협약에 위배되며 역외 난민센터를 수용하는 나라도 없다고 비판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누군가 다뉴브 강에 빠진 아이를 구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칭찬한다. 그 사람이 지중해에 빠진 아이를 구했다면 당연히 칭찬받아야지 법정에 서게 해서는 안 된다"며 난민을 돕는 것을 처벌하려는 일부 국가들의 계획도 비판했다.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이지만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취임 후 현실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왔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오스트리아 녹색당을 이끌었고 그는 2016년 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서 극우 자유당 후보 노르베르트 호퍼를 결선투표에서 누르고 당선됐다.
이민자 집안 출신인 그는 대선 때도 자신을 '난민의 아들'이라고 부르며 오스트리아 사회에 포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의 부모는 스탈린 체제 소련에서 공포 정치를 피해 독일을 거쳐 오스트리아로 넘어온 난민이었다. 아버지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네덜란드계 러시아인, 어머니는 에스토니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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