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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학사관리' 행정실 직원 OK면 시험지빼기 식은죽 먹기
학교운영위원장이 고3 아들 내신 위해 "시험지 빼내 달라" 부탁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광주 한 고등학교 고3 기말고사 시험지 유출 파문이 일파만파다.
자녀의 내신성적을 올리려는 학부모의 무리한 욕심과 학교 행정실장의 도덕 불감증이 합쳐져 발생했지만, 이 같은 일이 과거에도 있지 않았냐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12일 광주시교육청과 해당 학교에 따르면 3학년 기말고사 시험문제 유출은 이 학교 행정실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은 3학년 학부모가 모의해 결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인 학부모는 올해 3월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아 활동을 시작했으며 학교 행정실장은 이 학교에서 30여년 이상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위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대표로 학교 예산이나 학사행정 등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행정실장과도 평소 잘 알 수 밖에 없다.
이 친분을 매개로 해당 학부모가 자신의 아들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해 행정실장을 상대로 '해서는 안 될' 제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 출제 업무는 교사들이 맡아 처리하지만 시험지 보관은 행정실 업무인 점을 파악한 학교운영위원장이 행정실장에게 시험지를 빼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지 보관 장소는 엄격히 통제되고 잠금장치도 이중으로 돼 있지만 행정실장만 유혹에 넘어가면 이런 통제장치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 학교 행정실장도 학교운영위원장의 부탁대로 시험지를 빼내 줬고 있어서는 결국 있어선느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이 학교 관계자는 "당사자도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본인도 무척 혼란스러워한다"며 "시험문제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고 금품 등 다른 대가도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교 당국의 수사 의뢰로 경찰 조사가 시작돼 이들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해졌고 금품 거래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해당 학생도 유출한 시험지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징계는 피하기 힘들다.
과거에 시험문제 유출은 없었다는 것이 학교 측 입장이지만 조사결과에 따라 다른 상황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기말고사를 다시 치른다는 학교 방침에도 학부모들은 "왜 우리가 불이익을 받아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지역교육계는 2016년 광주 모 여고에서 발생한 성적조작 파문이 이번 시험지 유출로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겪는 혼란이 가장 피해가 크다"며 "사건 규명과는 별개로 과거와 같은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파장을 최소화하는데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b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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