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라지고 찢어진 광주시의회…편싸움 의정 예고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일색인 광주시의회가 완전히 두 편으로 갈라졌다.
개원 이후 파행 사흘만인 11일 '반쪽 의원들'로만 의장 직무대행을 바꾸고 의장 선출을 강행하려고 하지만 이번 사태는 시의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의장 선거에서 패배를 예상한 반재신 의원이 본회의 직전 후보사퇴라는 꼼수로 의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이틀 연속 본회의를 정회해 버린 게 사태의 촉발이 됐다.
민주당 광주시당이 의원 간 감투 나눠 먹기 구태를 없앤다는 이유로 시의회 의장단 선출에 개입한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지역 유력 정치인도 여기에 끼어들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정을 놓고 '바둑알'을 놓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의장 선거에는 애초 김동찬·김용집·반재신 의원 등 3명의 재선의원이 후보로 등록했다.
하지만 김용집·반재신 의원이 지난 9일 오전 후보를 사퇴하면서 일이 꼬였다.
의장단 선거는 하지도 못한 채 다선·연장자 규칙에 따라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반재신 의원의 정회 선언으로 이어졌다.
결국 의원 23명 중 정의당 장연주 의원을 뺀 22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13대 9로 쪼개져 사실상 서로 다른 당 의원 대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동료라는 의식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였다.
부의장·상임위원장 자리를 서로 양보하라며 고성이 오갔고 서로 감정을 건드리는 상황까지 나왔다.
이제 막 개원한 8대 광주시의회는 의원 간 뿌리 깊은 계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분당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같은 당 의원들이 완전히 둘로 나뉜 것이다.
정치적 신념 때문도 아니고 첨예한 정책을 놓고 싸운 것도 아니며 하다못해 자기 지역 챙기느라 다른 지역 의원들과 얼굴을 붉히는 일이 아님에도 남이 됐다.
오직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예결위원장·운영위원장 자리를 놓고 아귀다툼하듯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다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김동찬 의원 측은 원하던 것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리는 이미 오물로 범벅돼 버렸다.
의장 직무대행에서 쫓겨나며 빈손이 돼 버린 반재신 의원 측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맞설 각오를 보였지만 같은 당 동료의원과 소송을 벌인다는 모습은 보기에도 씁쓸하다.
지역정치권은 지금 싸움보다도 앞으로 시의회 의정활동에 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두 패로 완전히 갈라진 이들이 4년간 사사건건 다툴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같은 당끼리 싸우는 모습을 지켜본 지역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시의원들은 가슴에 새기길 기대해본다.
"4년간 이런 의회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지 자괴감이 든다. 민주당 광주시의원들은 절대 다수당의 오만과 횡포를 당장 멈추라 감투싸움에 빠져 게도 우럭도 다 잃는 어리석음을 더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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