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킹크랩 시연회' 재연 추진…김경수 연루여부 규명(종합)
댓글조작 자동화 프로그램 프로토타입 재구축…당시 상황 객관 검증
드루킹 "김 지사 앞에서 시연", 金 "시연회 알지도 못해"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강애란 기자 =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일당의 불법 여론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드루킹이 사용한 댓글조작 자동화 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초기 버전)을 재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근 '둘리' 우모(32·구속)씨, '서유기' 박모(30·구속) 등 킹크랩 개발·운영에 관여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을 연달아 소환 조사했다.
킹크랩 서버를 다룬 '트렐로' 강모(47)씨도 이날 재소환됐다. 특검을 이들을 상대로 당시 어떤 방식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6년 10월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이른바 '킹크랩 시연회'가 열렸다는 드루킹 측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드루킹 등은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앞에서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시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지사는 당시 느릅나무 출판사에 간 것은 맞지만 시연회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상태다.
특검팀은 당시 벌어진 일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우선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구축하고 실제 드루킹의 주장대로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등 치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검증 결과에 따라 김 지사의 댓글조작 연루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박상융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진술 내용을 토대로 그 당시(시연회 때) 구연했던 킹크랩의 성능이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분석 중"이라며 "(킹크랩) 개발 후에는 댓글 게재 등 운영 현황이나 운영 상황을 누구에게 어떻게 보고했는지, 이후 업그레이드가 어떻게 됐는지 등 많은 부분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루킹은 느릅나무 출판사 건물 2층에서 시연회를 한 뒤 김 지사에게 "고개를 끄덕여서라도 허락해 달라"고 했다고 '옥중편지'에서 밝혔다. 이에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였으며 "뭘 이런 걸 보여주고 그러냐, 그냥 알아서 하지"라고 대꾸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반면에 김 지사는 지난 5월 4일 경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당일 느릅나무 출판사에 찾아간 것은 맞지만, '시연회'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이 선플(긍정적 댓글) 운동을 한다고 해 선플을 달아달라고 했을 뿐이며, 이들이 킹크랩과 같은 자동화 프로그램을 쓰는 줄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자신의 무관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김 지사가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관련자 진술만 받아놓았을 뿐 김 지사의 실제 행적과 동선, 동행자 등 객관적 입증 자료는 수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특검은 당일 행적 재구성에 필요한 각종 물적 증거물 확보에 나서는 한편, 시연회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한 경공모 회원들이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한 내용을 뒷받침할 단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있다.
이와 함께 시연회 후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에게 1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 역시 원점부터 다시 검증하고 있다. 특검은 시연회에 참석한 경공모 회원들을 상대로 실제 금품이 오갔는지, 어떤 명목이었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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