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무드 타고 지자체마다 남북교류사업 채비 '분주'
대북사업 전담부서 꾸리고 남북교류협력기금도 확충
민선 7기 들어 '단편적 교류' 벗어나 '다각화' 진전
(전국종합=연합뉴스)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가 전환점을 맞은 상황에서 출범한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들이 남북교류협력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북 제재 문제로 중앙정부 차원의 대화와 교류만 이뤄지고 있어 아직 지자체가 참여할 부분이 많지 않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 저마다 색다른 대북사업 구상을 쏟아내고 있다.
각 지자체가 내놓은 대북사업들은 기존의 단순 교류 차원에서 벗어나 지역 발전을 꾀할 수 있는 한 단계 진전된 것들이다.
지방선거 때부터 다양한 대북사업 공약을 내놓았던 단체장들은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대북사업 전담조직을 확대하거나 신설하며 시동을 걸고 있다.
◇ '평화부지사'·'평화특보'…전담조직 확대·신설
전담조직 확대 개편에 나선 지자체는 경기와 강원, 서울 등 북한과 인접한 곳이다.
지자체 중 가장 활발한 남북교류협력을 벌였던 경기도는 이재명 도지사가 취임한 지난 1일 바로 이화영 전 국회의원을 정무부지사로 내정했다.
이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남북화해협력위원장과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남경필 전 지사 때 정무부지사를 '연정부지사'로 명칭을 바꿨으나 이 신임 지사는 '평화부지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정무부지사 산하의 연정협력국도 '평화협력국(또는 과)' 등 남북교류를 염두에 둔 이름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경기도는 통일기반담당관을 두고 대북사업을 전담했다. 이재명 신임 지사는 기존 부서는 그대로 유지하고 평화부지사와 평화협력국의 안보와 대북사업 등에 대해 정책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강원도는 '평화특보'를 신설한다.
남북교류협력사업에 조예가 있는 인사를 평화특보로 임명해 중앙부처와 실무 조율 역할을 맡긴다는 방침이다.
강원도는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남북교류협력과를 남북교류담당관실로 개편하고 기존 평화지역발전과를 국 단위 규모인 평화지역발전단으로 확대했다.
평화지역발전단은 산하에 문화과, 경관과, 숙식과 등 3개 과 8담당을 두고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평화지역 발전업무를 담당한다.
서울시는 남북교류 전담조직이 다음 달 2일 공식 출범한다.
서울시의회는 이를 위해 지난달 18일 남북교류 조직을 신설하는 내용의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처리했다.
현재 서울시 남북교류업무는 팀장 1명과 팀원 3명 등 4명으로 구성된 남북협력팀이 맡고 있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는 1개 과 3개 팀 11명으로 구성된 전담조직이 맡는다. 남북교류협력 관련 업무를 총괄해 조정하는 것도 기획조정실이 담당한다.
대전시는 지난 4월 구체적인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남북협력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바 있다.
부산시는 조만간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발족하고 지난해 없어진 '남북경협팀'을 다시 만들 방침이다.
울산시 역시 '북방경제교류협력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초 지자체 차원의 남북교류 전담조직도 만들어지고 있다.
경의선과 판문점 등 남북 접촉의 최전선에 있는 경기 파주시는 최종환 신임 시장 취임 이틀 뒤인 지난 3일 통일경제특구 조성 등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전담할 '남북평화협력 TF'를 설치했다.
경남 거제시도 변광용 신임 시장이 취임사에서 '남북교류계'를 신설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이 부서는 흥남, 개성, 남포 등 북한 도시 자매결연 추진 등 다양한 교류업무를 진행한다.
전북 전주시는 지난해 7월 이미 위촉직 12명과 시 공무원 3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출범, 남북교류협력에 대비하고 있다.
◇ 축구·녹화·방역·공단…다양한 대북사업 구상
지자체들이 서둘러 대북사업 전담조직을 확대하고 나선 이유는 한 단계 진전된 형태의 다양한 대북사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해 서울-평양 교류협력 추진하고 싶다"고 피력한 바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선 직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고, 세계사적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다양한 대북사업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시는 8·15 광복절에 '경평축구' 재개 등 체육 교류를 필두로 평양과 도시 간 교류가 가시화하면 수질개선, 상하수도, 산림복원, 대중교통 등 시민 삶과 직결된 정책교류, 서울-평양 철도 직통라인 구축 등 점차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구체적, 물질적인 것은 경기도를 통할 수밖에 없다"며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말라리아 방역 등 인도적 지원사업, 농촌 현대화 사업, 양묘장 조성, 스포츠 교류 등 수년 전까지 활발한 대북사업을 펼쳤던 경기도는 방재·방역, 임진강 수계관리, 미세먼지 공동대책 등을 추진하고 문화체육교류 확대, 통일경제 특구 조성, 배후 공단 조성, 북한 전진기지 강화 등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강원도는 민선 7기 도정 슬로건으로 '평화와 번영, 강원시대'를 선정하고 평화 이니셔티브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동해선 철도건설, 금강산 관광 재개,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추진, 철원 평화산업단지 조성, 2021 동계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유치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한다.
인천시는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을 맞아 남북 역사학자 국제 학술대회 개최와 스포츠 교류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2015년 2월 인천유타이티드FC와 평양 4·25축구단 친선경기를 끝으로 명맥이 끊긴 스포츠 교류를 비롯해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전 북한 양궁·마라톤 대표팀을 초청해 전지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더 많은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위해 현재 16억원인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연말까지 25억원으로, 2022년까지 1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광주시는 내년 7월 열리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도록 하는 등 체육·문화·민간지원 3개 분야에서 광주형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한다.
울산시는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북한의 공업지구와 연결하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북한 평안남도 단천의 아연광산과 울산의 온산제련 단지를 연결하고 원산의 조선산업 단지를 울산의 조선산업과 연계하는 방안이다.
이밖에 대전시는 25억원인 남부교류협력기금을 2020년까지 50억원 규모로 확대하는 등 북한과 과학기술분야 교류를 우선 추진할 방침이다.
지자체의 이 같은 대북사업이 언제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영은 이재현 이재림 이종민 김인유 강종구 손상원 황봉규 우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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