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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출제 믿을만한가]①"교사는 '갑'"…이의제기 두려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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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출제 믿을만한가]①"교사는 '갑'"…이의제기 두려운 아이들
"누가 제보했어?"…제보자 색출 시도 정황도
"고1 내신이 인생 좌우…교사-학생 간 종속관계 형성"

※ 편집자주 = 연합뉴스는 기말고사 시즌을 맞아 [내신출제 믿을만한가]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입시에서 내신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내신 출제와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진 사례들을 소개하고 이해 당사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에 걸쳐 하루에 2건씩, 총 6건(①∼⑥)의 기사를 송고할 예정입니다.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오예진 김예나 기자 = "시험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것은 '잔다르크'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교육에서 '갑'이 아닌 '을'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부를 '볼모'로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서울 양천구 입시학원 원장 A씨)
"학생이 (출제 오류에 대해) '너무 답답해 끝까지 가고 싶다'고 해서 공론화를 위해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가 중간에 중단했다. 이 학생이 공부를 잘하고, 특목고를 준비하고 있어서 나중을 생각해서 더는 진행하도록 하지 않았다." (세종시 보습학원 강사 B씨)
"선생님 자존심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근거로 제시하고 이의를 제기해도 '사전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학생부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 (교사에게 문제제기를) 해보고 안되면 그 점수는 포기하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대구시 거주 중학생 학부모 C씨)
중학교와 고등학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치러지고 나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학원가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험 문제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곤 한다. 학교에서 제시한 정답이 틀렸거나 정답이 둘 이상이라는 주장이다. 문제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게 출제돼 정답 정정이나 복수 정답 인정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아예 해당 문항을 무효화하고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사례도 가끔 있다.
주관식 문제의 정답 인정 범위를 놓고 "이건 왜 안 되냐"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영어나 국어 등 언어 과목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 작년 한 해 처리 공개 사례만 96건…빙산의 일각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이 정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www.open.go.kr)에서 '문제 오류', '출제 오류', 복수 정답' 등 8개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를 정리해 보니 지난해 중·고등학교에서 내신 출제 오류 정정 사실이 공개된 사례를 96건 찾을 수 있었다.
또 7월 6일까지 '출제 오류', '문제 오류', '복수 정답' 등 3개 키워드로 확인되는 올해 1학기 중간고사 출제 오류 처리 공개 사례는 14개 학교 18건이었다.
이는 학생이나 학부모 등이 적극적으로 정보공개를 요청했거나 학교 스스로 정보공개포털에 공개한 사안만 집계한 것이다.
따라서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시험 출제 오류나 성적 정정 사례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도 학교 측이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학생·학부모나 학원 등을 통해 알려진 출제 오류 사례도 많았다.
출제 오류의 원인은 다양했으나, 교사의 실수나 부주의인 경우가 가장 흔했다. 제대로 문제 검토를 했더라면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 오류가 많았다. 문제를 낼 때 "∼인 것은?"을 "∼가 아닌 것은?"으로 착각한 경우, 출제시 지문에서 지워야 할 내용을 안 지우고 그대로 남겨 둔 경우, 일직선상에 있는 세 점을 놓고 '삼각형'이라고 해 놓은 경우, 선택지를 만들면서 오타를 낸 경우 등이 있었다.
과거 지식이나 옛 학설을 고수하는 교사의 구태의연한 지도방식이 엿보일 때도 있었다. 또 교과서에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 참일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고 선택지를 만들었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이처럼 시험이 치러진 후 문항에 대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학교 측은 정답 정정, 채점 기준 변경, 부분 점수 인정, 성적 정정, 재시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조치는 해당 교과의 교사와 교무부장 등이 참여하는 교과협의회, 그리고 최종적으로 교장이 주관하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 "교사에 이의제기 어려워"…제보자 색출 시도 정황도
문제 오류가 지적되면 학교 측이 정해진 절차를 통해 바로잡는 것이 정상적 학사 운영이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가 근거를 갖추고 합리적 이의 제기를 하는데도 교사들과 학교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문제다.
이럴 때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겐 대책이 마땅치 않다. 교육청이나 교육부 수준의 이의제기 절차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사가 채점 기준 설정과 성적 부여 권한을 '무기'로 삼아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그대로 덮어버리려고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의심을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이 두 달여에 걸쳐 접촉한 학생, 학부모, 학원 강사들 중 많은 수는 이런 우려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교사가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학생과 학부모가 이의 제기를 계속 밀고 나가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는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위력이 강해지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2019학년도 입시 전체 모집인원(1만1천133명) 중 6천455명(58.0%)이 학종 전형에 해당한다. 이른바 명문대 진학 지망생들 대부분에게 학교 당국과 교사의 파워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안선회 중부대 대학원(교육학과) 교수는 "상대평가로 바뀌고 내신 중심, 학생부 중심의 대입이 이뤄지다 보니 고1 내신이 인생을 좌우하게 되어 있다"면서 "학종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의 문제점이나 교사의 과오 등을 항의하지 못하게 만들어 (학생과 교사 사이에) 대단히 권위적이고 종속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학원강사 김모 씨는 "이의제기가 어려운 이유는 수행평가 때문이다. 100% 선생님의 주관으로 점수가 매겨지는데 괜히 밉보여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런 현실에서 학생이나 학부모가 선뜻 강하게 이의제기를 하는 것도 어렵고, 이의제기를 했더라도 일단 거부되고 나면 계속 주장을 끌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출제 오류 사례를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이 해당 학교들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교사나 교감 등이 나서서 제보한 학생이 누구인지를 '색출'하려고 한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서울 S 고등학교 교감은 연합뉴스 기자가 전화하자 "어떤 학생이 기자에게 연락해서 무엇을 진행한 건지 알고 싶다", "학생이 전화해서 사건화를 시켜달라고 한 것이냐" 등 제보의 출처를 집요하게 따졌다.
학생의 이의제기를 인정했던 충청 지역 S고에서는 교사에게 문제를 제기했던 학생들에게 교사가 일일이 전화를 돌려 제보 여부를 확인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교사는 이의제기와 관련해 다시 한 번 점수 확인을 해 주겠다는 명분을 대며 "이의제기했던 사람들 얼굴을 기억한다. 확인할 사항이 있으니 시험종료 후 교무실로 방문해 달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오류 사례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교사와 학교 측의 대응은 학종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대입에서 '깜깜이 전형'이라 불리는 학종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한 달 새 10만5천 건에 이를 정도로 이미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현실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높다"며 "가급적 주관적 기록의 영역을 줄일 필요는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ohyes@yna.co.kr
yes@yna.co.kr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은 내신 출제의 문제점이나 오류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각 학교별로 최근 치러졌거나 치러지고 있는 2018학년도 1학기 기말고사 또는 이미 치러진 시험에 대한 제보를 해 주실 분은 탐사보도팀 이메일(investigative@yna.co.kr)로 연락처와 함께 내용을 보내 주십시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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