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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엔 과거에도 난민선 종종 왔다…최근엔 항공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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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엔 과거에도 난민선 종종 왔다…최근엔 항공편으로
산지천 정박했던 중국 '해상호'·베트남 선박 등 수차례 제주에 와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최근 내전을 피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로 와서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들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러 이유로 본국을 떠난 난민들의 발길이 제주에 닿은 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과거 사례들을 살펴보면 중국, 베트남 등 인근 국가에서 출발한 난민선이 제주에 들어온 경우가 종종 있었다.



1950년 제주항 인근인 제주시 산지천 하류에 중국 목선이 한 대 들어왔다.
'해상호'(海祥號)라는 이름의 이 배는 중국에서 국공(國共) 내전이 벌어지던 1948년 본토를 탈출한 중국인들이 타고 온 배다.
중국인 54명을 태우고서 1948년 인천에 들어와 2년간 피난 생활하던 길이 30m, 너비 10m 규모의 이 배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상황이 불안해지자 부산을 향해 항해하던 중 전남 청산도에서 미군 폭격에 의해 배 일부가 파손되고 일행 일부는 사망했다.
이후 이 배는 한국 군함에 의해 1950년 8월 초 제주시 산지천 하류로 예인돼 이곳에 정박하게 됐다. 당시 중국인 중 20여 명은 배가 철거될 때까지 8년 정도 선상 생활을 했고, 이후 시내에서 중국 식당을 운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는 2002년 중화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20여억 원을 들여 해상호를 복원,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다가 2015년 철거했다.



1989년 11월에는 중국인 12명이 배를 타고 서귀포시 모슬포항 부근으로 밀입국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같은 달 20일 모슬포항 인근 해안에 도착, 숲 속에 숨어 있다가 한 중국음식점에 찾아가 식당 주인을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이들이 검문검색을 한 차례도 받지 않고 우리나라 영해를 거쳐 제주도에 상륙, 장시간 숨어 있다가 자진해 신고하고서야 입국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상·해안경비 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당국의 조사에서 자신들이 톈안먼(天安門) 사태 수배자라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의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수배를 받아오다가 그해 11월 15일 밤 10t급 어선을 빌려 대만으로 향하던 중 대만해협 부근 경비가 심해 일단 한국으로 가 망명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조사를 받은 뒤 그 해 12월 13일 망명 희망지인 대만으로 출발했다.



베트남 난민들이 탄 배가 제주에 들어오는 일도 잇따랐다.
1993년 7월 29일 오후 베트남 난민 남녀 45명을 태우고 일본으로 가던 5t급 배가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포항에 입항하는 일이 있었다.
경찰은 당시 이 배를 성산항 외항 방파제 앞 해상에 정박시켜 감시하다가 태풍이 북상함에 따라 내항으로 대피시켰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가 제공한 라면·담요·식수 등 생필품을 공급하고서 이 배를 공해상으로 추방했다.
같은 해 8월 24일 밤에는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앞바다에서 베트남 난민 14명이 탄 7t급 목선이 연료 부족으로 표류하다가 해경에 발견돼 서귀포항으로 예인됐다.
경찰과 출입국 당국은 이들을 조사한 뒤 연료와 식량 등을 지원해 바로 공해상으로 추방했다.
1995년 8월 23일 낮에는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외항에서 베트남 난민을 태운 5t급 목선이 한 척 발견됐다.
이 배에는 어린이 5명을 포함해 남녀 26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해경 조사에서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가려다가 기관고장으로 제주 해역에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제주에서 태풍을 피하고 배를 수리한 뒤 라면·쌀·식수·비상약품 등을 지원받고 공해상으로 나갔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받아들이는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 이후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은 2013년 1명에서 2014년 318명, 2015년 227명, 2016년 295명, 2017년 312명 등으로 불어나는 추세다.
과거에는 주변국 난민들이 배를 타고 제주에 왔지만, 최근에 제주를 찾아 난민 신청한 예멘인들은 항공편을 이용했다.
지난해 12월 개설된 제주∼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노선의 저비용항공사 항공편을 이용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로 들어와 난민신청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1994∼2013년 38명에 그쳤던 국내 예멘인 난민신청자는 2014년 130명, 2015년 39명, 2016년 92명, 2017년 131명에서 2018년 5월 말 552명(제주 527명)으로 급증했다.
ato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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