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정작업 '고삐'…왕족·부유층 억류 속 검거선풍
재산 헌납, 권력 강화 목적 추가 체포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직 다수의 고위왕족과 사업가들을 부패혐의로 구금하고 있으며 여기에 최근 들어 추가 체포에 나서는 등 부패 사정 작업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 사법당국은 앞서 호텔에 억류했던 상당수 고위왕족이나 관리, 사업가들을 재산의 상당 부분을 국가에 헌납하는 조건으로 석방했으나 아직 부패 숙정 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억류됐던 고위왕족이나 각료, 사업가 등 상당수는 아직 석방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이 아직 억류 중인 주요 인사들에는 에티오피아계 사우디 억만장자인 무함마드 알-아무디와, 대형건설사인 사우디 빈라딘 그룹의 바크르 빈 라딘 회장, 아므르 알-다바그 전 사우디투자청장, 그리고 한때 빈살만 왕세자의 측근이었던 압델 파케이 전 경제장관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압둘라 전 국왕의 아들인 투르키 빈 압둘라 전 리야드 지사도 아직 억류 중이라고 WSJ은 전했다.
구금자 가운데 일부는 구타와 함께 잠도 못 자면서 심문을 받고 있으며 정식 기소되지 않은 채 억류 중이거나 친지나 변호사와의 접촉을 거부당하는 등 가혹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WSJ은 전했다.
이들 상당수는 엄중한 보안이 갖춰진 수도 리야드 교외 교도소에 수감 중이나 다른 일부는 구금장소로 개조된 왕궁들에 억류 중인 것으로 신문은 전했다. 사우디 관리들은 일부 수감자들이 가혹한 처우를 받는 것도 인정했다.
사우디 법무차관은 앞서 일부 수감자들의 경우 부패 이상의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국가안보와 테러리즘 전담 법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수감자 측 인사들은 사우디 당국이 수감자들로부터 부당한 자백이나 재정적 타결을 강요하기 위해 사형 등 중죄가 예상되는 반역이나 테러 혐의를 거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우디 당국은 지난해 11월 부유층 왕족을 비롯해 수백 명의 정·재계 사우디 인사들을 호텔에 억류했으며 이들 인사는 결국 사우디 정부에 모두 1천억 달러(약 110조 원) 이상을 지불키로 한 후 풀려났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부패 퇴치를 앞세운 사우디 당국의 지속적인 체포, 구금이 후계자인 빈살만 왕세자의 권력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부친인 현 살만 국왕에 의해 1년 전 사우디 왕실의 전례를 깬 파격적 방식으로 후계자로 지목됐으나 아직 잠재적 반대자들을 배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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