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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거듭난다던 '옛 서울역' 고립된 섬 처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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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거듭난다던 '옛 서울역' 고립된 섬 처지로
폐관일이 더 많아…"역사성 회복하고 활용도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종의 특명을 받은 이준 선생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네덜란드 헤이그로 향한 곳도, 손기정이 베를린으로 가기 위해 기차에 오른 곳도,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이 파리로 향한 곳도 서울역입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옛 서울역사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남만주철도주식회사가 1925년 준공한 옛 서울역은 일제강점기 수탈과 근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장소다.
일제는 물자와 인력을 원활히 운송하기 위해 석재와 벽돌로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인 경성역을 세웠다. 단숨에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경성역은 독특한 르네상스양식 외관과 웅장한 규모로 화제를 모았다.



경성역은 해방 이후 서울역으로 개칭됐고, 1981년 문화재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제284호로 지정됐다.
고속철도가 2004년 개통하면서 기차역으로서 기능을 상실했고, 철도청이 철도공사가 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넘겨받아 관리하게 됐다. 이후 복원 과정을 거쳐 2011년 8월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역서울284로 재탄생했다.
정부는 당시 문화역서울284가 "한국 문화예술의 발신기지이자 세계적 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재개관식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옛 서울역은 시민들이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는 '고립된 섬'이자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철도 건물이라는 역사성을 상실했고,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탓에 문화시설이라는 본래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화역서울284 관계자는 "전시와 공연 기간에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며 "건물 내부를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4일 찾아간 문화역서울284 입구에는 '휴관안내, 전시 준비 중입니다'라는 표지가 붙은 상태였다. 건물 주변은 그늘에 자리를 깔고 누운 노숙인과 천막 아래 모인 종교단체 신도들이 공간을 대부분 차지했고, 행인은 거의 없었다.
경의선 탑승 장소로 이어지는 건물 오른쪽 옛 여행장병안내소 자리만 카페만 운영될 뿐, 수많은 사람의 사연이 깃든 역사 내부는 관람이 불가능했다.
문화역서울284 누리집을 보면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을 맞아 2월 9일부터 3월 31일까지 특별전 '두 번의 올림픽, 두 개의 올림픽'이 열렸으나, 이외 기간에는 문을 닫은 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심지어 4월에는 전시·공연 행사가 없었고, 5월과 6월에도 각각 5∼6일간만 활용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우려를 표하면서 옛 서울역 건물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워싱턴 대한제국공사관 복원에 참여한 김종헌 배재대 교수는 "서울역은 일제가 대륙 침략을 위해 건설했지만, 상당히 아름답고 건축미가 뛰어난 건물"이라고 평가한 뒤 "역사적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기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전국 어디에나 있는 갤러리나 이벤트 공간으로 사용하지 말고, 기차역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교통이나 철도 박물관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며 "경의선 탑승자 동선을 변경해 철도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건물을 드나들도록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문화재청 차장을 역임한 이성원씨도 최근 그의 저서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서울역사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릴 만한 활용방안으로 철도박물관 말고 뭐가 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건축계 관계자는 "건축을 부동산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며 "현대 건축 변화상을 조명하는 박물관으로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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