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 유실·도로침하·정전…태풍 할퀸 제주·남부 큰 피해(종합2보)
하늘길·뱃길 묶이고 학교는 단축수업…선박 입출항 전면 통제
부산·울산 오늘 밤 고비…4일 새벽까지 30∼60㎜
(전국종합=연합뉴스)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남부지방에 근접하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태풍이 할퀴고 간 제주도에서도 방파제 보강시설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잇달았다.
쁘라삐룬은 3일 오후 10시 현재 부산 남쪽 약 100㎞ 부근 해상에서 시속 29㎞의 속도로 북북동 방향으로 북상하고 있다.
부산은 이날 오후 11시께 태풍이 가장 근접할 것으로 예상한다.
태풍특보가 발효된 남해안에는 일부 내륙은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30m 안팎에 달하는 강한 바람과 시간당 20㎜ 이상의 비가 내리고 있다.
오후 7시 현재 부산 해운대 85㎜, 거제 111㎜, 경남 통영 욕지도 67㎜, 경남 양산시 98.5㎜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부산 동래구와 연제구는 오후 10시 현재 141㎜, 서구는 74.5㎜ 등 지역별 강수량 차이도 크다.
이번 태풍으로 4일 새벽까지 강원 영동과 경상 해안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과 함께 곳에 따라 시간당 3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울산 지역에는 내일 새벽까지 30∼6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 방파제 시설물 유실, 도로 침하, 침수에 정전까지
태풍이 몰고 온 높은 파도에 제주 서귀포시 위미항 방파제 보강공사용 시설물이 유실됐다.
이날 오전 9시께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항 동방파제 보강공사 구역에서 보강 시설물(근고블록·트라이빔)이 높은 파도에 이탈되거나 바다에 빠져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도는 76m 구역에 걸쳐 200여 개(36t가량)의 시설물이 유실·이탈해 6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도는 이날 오전 태풍이 서귀포시 해상에 직접 영향을 주면서 10m가 넘는 높은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힌 것으로 보고 있다.
오후 4시 12분께는 경남 양산시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도로변 지반이 10여m 침하했다.
도로에 주차된 차량 4대도 함께 땅 밑으로 내려앉았다.
다행히 사고 당시 차량 탑승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양산시는 도로변을 떠받치던 옹벽이 무너지며 도로가 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복구작업에 나섰다.
오후 5시 56분께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아파트 전봇대 인입 케이블이 강풍에 흔들린 나뭇가지에 맞아 파손되면서 주변 아파트 단지 1천600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아파트 자체의 발전기를 가동하고 한전이 긴급 복구에 나서 700가구는 40여분 만인 오후 6시 40분에, 나머지 900가구는 2시간 30여분 만인 오후 8시 24분께 각각 전력 공급이 재개됐다.
부산에서는 이날 오후 10시 현재 수목 16그루가 쓰러졌고 간판 16개가 떨어졌다. 침수 신고도 5건이 접수됐다.
이에 앞서 오후 1시 5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지하 노래방에는 1m가량 물이 찼지만, 당시 노래방이 영업하지 않아 다친 사람은 없었다.
태풍이 스쳐 간 전남 여수시에서는 오후 3시 16분께 길을 걷던 A(26) 씨와 B(50·여) 씨 등 모자가 강풍에 떨어진 파이프를 맞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파이프는 인근 공사장에서 날아왔는데 당시 여수에는 최대 21.9m/s의 강풍이 불었다.
울산에서는 2년 전 태풍 '차바'로 피해를 본 중구 태화시장 상인들이 태풍 피해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상인들은 상점 앞에 미리 모래 자루를 쌓아놓는가 하면 낮은 곳에 있는 물건을 위쪽으로 옮겨 놓기도 하며 태풍 경로를 주시하고 있다.
◇ 하늘길·바닷길 꽁꽁…발 묶인 승객들
태풍의 영향으로 제주와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항공기 결항이 잇달았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오후 5시 기준 제주공항에서 항공기 61편(출발 33편, 도착 28편)이 결항하고, 35편(출발 28편, 도착 7편)이 지연 운항했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제주공항에도 태풍특보가 발효됐으나 바람이 잦아들고 강수량이 많지 않아 제주공항 날씨가 원인이 된 결항 편은 없었다"면서 "오늘 밤까지 태풍 영향으로 김해 등 다른 지역 공항에서 날씨가 좋지 않아 항공기 이·착륙에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산 김해공항에서는 오전 10시께 베트남 호찌민으로 가는 베트남 항공 VN423편이 결항하는 등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기 수십 편이 결항하거나 지연 운항하고 있다.
오후 8시 현재 국내선 84편, 국제선 63편이 결항했다.
울산공항에서도 울산과 김포·제주를 오가는 항공기 16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바닷길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항 선박 입출항은 전날 열린 부산항 선박대피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전면 통제되고 있다.
5천t급 미만은 오전 1시, 5천∼1만t급은 오전 2시, 1만t급 이상은 오전 3시부터 입출항이 금지됐다.
이날 신항에 도착해 컨테이너를 하역할 예정이던 선박 33척이 입항하지 못해 하역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어선 1천600여 척이 북항 5부두 등 안전한 곳으로 긴급 피항하고 결박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 부산에는 어선과 여객선 등 2천291척이 피항해 있다.
전남 남해안도 태풍의 간접영향권에 들면서 여수·완도·목포항을 기점으로 하는 52개 항로 92척의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 각급 학교 단축수업…"학생 안전이 우선"
경남 14개 시·군에 태풍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도내 일부 학교는 등·하교 시간을 조정해 학생 안전 확보에 나섰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거제지역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97곳 중 80곳은 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대부분 오전에만 수업하고, 학생들은 점심 급식 뒤 하교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청·함양·거창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시·군 149개 학교에서도 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거제여상(오전 8시 40분→9시 40분)·양산보광고(오전 8시 30분→10시)·거창여중(오전 8시 30분→9시)을 포함한 5개 시·군 14개 학교는 등교 시간을 뒤로 늦췄다.
다행히 이날 현재까지 학교 현장에서는 별다른 태풍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도교육청은 파악했다.
거창의 한 학교에서 많은 비로 2m 높이 돌담 일부가 무너지기는 했지만 학생들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어서 피해는 없었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울산에서도 1개 유치원을 비롯해 초등학교 13곳, 중학교 35곳, 고등학교 6곳 등 총 55곳의 학교가 수업시간을 줄여 학생들을 일찍 집으로 돌려보냈다.
태풍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경북 포항과 경주지역 학교 6곳도 단축수업을 시행했다.
(박창수 고성식 김선경 형민우 이승형 박철홍 허광무 기자)
p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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