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은 안희정, 지켜본 김지은…도지사와 수행비서 법정 재회
공소사실 놓고 검찰과 안 전 지사측 공방…향후 피해자 김씨 증인신문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한때 도지사와 수행비서로 같은 정치적 목적을 품었던 두 사람이 법정에서 형사사건 피고인과 고소인 신분으로 다시 만났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번째 공판기일이 진행된 2일 오전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303호 형사대법정 앞은 재판 시작 전부터 방청을 원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법원이 준비한 방청석 46석에 총 75명이 응모해 당첨되지 못한 일부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당첨된 시민과 취재진이 모두 입장하고 오전 11시 재판이 시작하기 직전 법정 앞에 검은색 티셔츠와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은 한 여성이 나타났다.
다소 창백한 표정의 김지은 씨는 시민단체 및 법원 관계자들과 함께 곧장 법정 안으로 들어가 방청석 가장 앞줄의 빈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안 전 지사와 그의 변호인들이 입장하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남색 정장과 흰색 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나온 안 전 지사는 피고인 출석과 주소, 직업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에서는 차분하게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출석을 묻는 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의 말에 "예 여기 나와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재판장이 직업을 묻자 안 전 지사는 "현재 직업은 없습니다"라고 말했고, 재판장은 "지위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전 충남도지사'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안 전 지사가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도지사로서 수행비서인 김 씨에 대해 절대적인 지위와 권력을 갖고 있었다고 강조하며 그가 갑의 위치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전 지사 측은 "검찰이 수행비서의 의미를 과장한다"며 "가령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수행비서는 '예스'라고 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는 수행비서의 적극성을 강조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밝히며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 "권력형 성범죄 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 "나르시시즘적 태도" 등 맹공에 나서자 안 전 지사는 안경을 벗어 안주머니에 넣고 눈을 감은 채 미동 없이 듣고 있었다.
고개를 반쯤 숙인 모습의 안 전 지사는 간혹 손을 입가에 갖다 대는 정도로 움직일 뿐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방청석에 앉은 김 씨는 45분가량 이어진 오전 공판 내내 자신이 가져온 노트에 재판에서 오가는 발언 내용을 적는 등 재판을 꼼꼼히 지켜봤다.
피해자 변호사 측은 지난달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씨가 직접 방청을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전 재판이 끝나고 오후 재판을 위해 법정이 휴정하자 안 전 지사 측은 법정 출입문으로 빠져나갔다.
모든 사람이 나갈 때까지 시민단체 관계자 등과 법정에 남아있던 김 씨는 출입문을 통과하지 않고 다른 출구로 나갔다.
김 씨는 이르면 오는 6일 공판기일에서 피해자 증인신문을 통해 재판부에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다. 이 기일은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재판 시작 전에는 시민단체들로 꾸려진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은 피해자 인권회복과 가해자의 처벌이라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과 김지은의 법정재회,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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