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왜 신의주 시찰서 공장현대화 촉구?…특구 개방포석인가
전문가들 "北, 中과의 경협 염두에 두고 신의주 개방준비하는듯"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근래 북중접경 방문이 눈에 띈다.
북한 관영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며칠 새 북중합작으로 추진한 황금평 경제특구가 있는 신도군을 찾은 데 이어 신의주를 방문해 화장품공장, 방직공장, 화학섬유공장을 잇따라 시찰했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북중정상회담이 세 차례 개최된 이후 김 위원장의 북중 경협 대상지 방문이라는 점에서, 일상적인 현지지도 이상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외교가에선 이르면 이번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통한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행차원의 후속 협상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북중 경협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목할 대목은 김 위원장이 방직공장과 화학섬유 공장을 찾아 뒤떨어진 '현대화 수준'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면서 현지의 고위 당 간부는 물론 공장 노동자들 겨냥해 물자부족을 이유로 나태하다고 강하게 질책한 점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1964년 9월 신의주제지공장을 모체로 창립된 신의주방직공장 시찰 과정에서 "경공업 부문을 비롯한 모든 부문에서 우리 식의 국산화, 현대화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고 있는 때에 이 공장 일꾼들과 노동계급은 난관 앞에 주저앉아 일떠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동면하고 있다"고 독설을 날렸다.
김 위원장은 1964년 9월 신의주제지공장을 모체로 창립된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을 찾아서도 "새로 꾸린 생산공정들을 마감단계에서 조립하고 당장 시운전을 하자고 하는 현시점에서까지도 건물보수를 땜때기식(임시방편)으로 하고 있다"며 "똑똑한 개건 현대화방안과 기술과제서도 없이 마구잡이로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에 하루 앞서 1949년 설립된 북한 최초의 화장품 생산기지인 신의주화장품공장을 찾아서는 질책성 발언을 하지 않았으나, "생산공정에서 손노동을 완전히 없애고 공업화하기 위한 현대화 사업"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이 공장 세 곳을 돌며 강조한 키워드는 '현대화'다.
전문가들은 비핵화와 대북체제안전보장을 키워드로 북미 후속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즈음 김 위원장이 북한 산업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북중접경의 신의주 공장들을 시찰해 현대화를 강조한 데 주목하고 있다.
신의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 상하이(上海)를 방문한 뒤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를 시험적으로 도입할 목적으로 이듬해인 2002년 9월 경제특구로 지정한 곳이다. 초대 행정장관으로 양빈(楊斌)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을 임명했으나, 중국 당국이 양빈을 탈세 혐의로 연행돼 구속하는 바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도는 무산됐다.
그런데도 신의주는 북중 경협의 상징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황금평 경제특구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의 해결 기대감이 커지면서 북중 양국 간에 합작으로 개발했던 곳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번 신도군·신의주 일대 시찰은 한반도 정세 급변 속에서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담은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올해 들어 김정은 위원장이 세차례 방중을 통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점에 비춰볼 때 북중 간에 모종의 경협 합의가 이뤄졌고 김 위원장이 신도군·신의주 일대 시찰로 경협 준비를 독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 경협을 염두에 두고 신의주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특구를 개방하더라도 사전 점검을 하고 낙후한 공장 시설들의 현대화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런 차원에서 공장의 현대화 수준이 떨어지는 점을 질타하고 경각심을 높인 것"이라며 "실리적으로 신의주를 중심으로 북중 경협을 재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도 "김 위원장이 신의주를 중심으로 국제 경제지대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신의주 일대에서 시찰한 공장들은 '자립경제'를 기치로 성장한 곳들"이라며 "자립경제는 대외 개방과 모순된 개념이 아니라 김일성 주석 시기부터 일관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2차 방중 직후인 지난 5월 11∼12일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신의주를 방문해 양국 민간 교류를 방화하는 방안을 협의했다며 "북한이 신의주뿐 아니라 남포, 나진, 원산, 평양 개방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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