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주에 52시간 이내로 일하는 새 시대 열렸다
(서울=연합뉴스) 주 52시간제가 오늘부터 시행됐다. 국민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의 근로자는 오늘부터 휴일을 포함한 1주 근로시간으로 52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 50∼300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50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이 제도가 적용된다.
근로자들에게 주 52시간제는 2004년 도입한 주 5일 근무제 이후 가장 큰 변화다. 어두운 새벽에 출근하던 사람들은 오전 8시나 9시에 아침 햇살을 받으며 회사에 나오게 됐다. 심야에 사무실에 머물렀던 직원들도 오후 5∼7시 정도면 퇴근해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주말에도 가족 또는 친구들과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듯하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일자리 나눠 갖기로 실업률이 떨어질 수 있고, 소비가 촉진돼 경제성장률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근로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뿐이라고 한다. 이제는 한국의 국민이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해지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는 새 제도가 문제없이 원활하게 뿌리를 내려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6개월의 계도 기간을 설정한 것은 잘한 조치다. 이 기간에는 법을 위반해도 처벌 대신에 시정하는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다. 이 기간에 노사는 지혜를 모아서 새 법률에 잘 적응해야 한다.
정부도 계도 기간에 제도의 부작용과 단점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최근에 주 52시간제 예외업종 검토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꼽았는데 조선, 화학, 해외건설 등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검토해봐야 한다. 기업들이 상황에 따라 탄력근로제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대신에 다른 주의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적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맞추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대기업 근로자들과 달리 중견 또는 중소업체 종사자들은 연장근로가 줄어들면서 임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 제도가 산업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글로벌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무역장벽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노동계도 새 제도의 정착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 노동단체들은 6개월의 계도 기간 설정을 개혁의 후퇴로 보고 정부를 규탄하고 있는데, 장기적 안목으로 잘 따져봐야 한다. 근로자들의 임금과 복지 확보는 기업이 경쟁에서 계속 살아남고, 성장세를 어느 정도는 유지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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