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납치피해자 모두 생존' 원칙 고집하면 북일 대화 안돼"
한반도 문제 석학 와다 하루키 교수…"납치 문제 부각되며 아베 지지율 상승"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한반도 문제 석학인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東京)대 명예교수는 29일 "일본이 납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납치 3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와다 교수는 이날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일본교육회관에서 북일국교촉진국민협회 주최로 열린 특강에서 아베 총리가 제시해 일본 정부의 원칙이 된 납치 3원칙을 뒤집지 않으면 북한과 일본 사이의 협상은 성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납치 3원칙은 ▲ 납치 문제가 일본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국교 정상화가 없으며 ▲ 납치피해자들이 전원이 살아있으며 살아서 돌아온다는 것이다.
와다 교수는 특히 이 중 3번째 원칙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납치피해자 전원이 살아있다는 것이니, 사망했다는 북한의 얘기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북한은 아베 정권에게는 거짓말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납치 문제는 일본이 북한과 대화할 명분이라는 점에서 북일 대화의 지렛대이기도 하지만, 일본과 북한 사이의 상황 인식 차이가 커서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북한은 13명을 일본인 납북자로 인정하면서 이 중 8명이 숨지고 5명이 본국으로 송환돼 현재 생존하는 일본인 납북자는 없다면서 '문제 해결이 끝났다'는 입장을 반복해 밝히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는 납치 피해자 수가 17명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납치 피해자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납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람을 '특정실종자'로 분류하고 있다. 특정실종자는 883명에 이른다.
와다 교수는 "아베 정권이 특정실종자라는 항목을 만들면서 일본에 납치 피해자가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식으로 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아베 총리가) 정치적인 캠페인을 펼쳤다"며 아베 총리의 납치 문제 대응의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비판했다.
그는 "납치 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 대응은 이상한 점이 많다"며 "아베 정권은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지지했다가 북미 정상회담을 한다고 하니까 갑자기 납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을 설득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치 문제를 언급해달라고 계속 얘기하다가 회담이 끝난 뒤 아베 총리는 다시 '역시 납치 문제는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 과정에서 역시 납치 문제는 '아베 총리에게 의존하면 된다'는 인식이 퍼졌고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와다 교수는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의 상황을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에 비유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임금님이 입지 않은 옷을 보고 멋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일본의 언론과 학계가 납치 피해자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아베 총리의 의도 등 그 배경에 대해 분석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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