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복원 참사?…제2의 '예수→원숭이 벽화' 사태로 스페인 시끌
500년 역사 성 조지 목각상 복원 뒤 '핑크색 얼굴과 밝은색 갑옷'
복원 전문가 아닌 수공예 교사 고용이 화근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500년의 역사를 가진 목각상이 아마추어에 의한 어설픈 복원 공사로 본 모습을 잃어버려 스페인이 또다시 시끄럽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6년 전 예수 벽화를 원숭이 모습으로 바꿔 놓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데 이은 제2의 '복원 참사'라는 것이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스페인 에스텔라시 북부 성 미카엘 교회 안에 보존된 16세기 제작 성(聖) 조지 나무 조각상이 최근 복원 작업을 마쳤지만, 결과를 놓고 시 당국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펄펄 뛰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복원 후 모습을 보면 기사의 모습을 한 성 조지 조각상의 얼굴은 장밋빛 분홍색이고 갑옷은 빨간색과 회색이 뒤섞인 선명한 색깔이었다.
복원 작업은 교회 측 요청으로 지역의 한 수공예 교사가 맡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 관계자들은 복원 작업 결과물에 대해 "끔찍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스페인 예술품보존협회(ACRE)는 성명을 내고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더 이상의 공격을 참을 수 없다"면서 "이번 참사는 이런 일에 필요한 교육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일갈했다.
콜도 레오스 에스텔라 시장은 "(복원 작업에) 석회를 사용했고 잘못된 물감을 사용해 애초 사용된 물감층이 사라져버렸을 수도 있다"며 "이런 작업은 전문가들이 해야 하는 전문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복원 후 조각상의 모습에 "정말로 엄청난 손실이다", "징역형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이런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것" 등의 댓글을 남기며 안타까워했다.
앞서 2012년에는 스페인 보르하시에서 80대 성당 신도가 가시 면류관을 쓰고 박해받는 100년 된 예수 벽화를 복원하면서 원작과는 딴판인 원숭이로 그려 놓아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다만 스페인 언론은 "역사상 최악의 복원", "망친 작업"이라고 비난했지만, 인터넷에서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인 '에케 호모'(ecce homo) 벽화를 '이 원숭이를 보라'라고 바꿔 부르면서 세인의 관심을 모았다.
2016년에도 기독교인과 무어인 사이에 1천년 전 벌어진 전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스페인 남부 카디스의 '마트레라 성'을 복원하면서 성벽 곳곳을 마치 콘크리트를 발라놓은 것처럼 네모 반듯하게 다시 세워 복원 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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