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편승?"…베트남서 한국기업으로 위장한 中매장 급증(종합)
특허청 등록한 한글상표 쓰며 "한국서 유명한 브랜드" 주장
현지인 "중국 제품을 한국 기업이 판매하는 줄 알았다"
"특허청, 베트남 당국과 긴밀히 협조"…"일부 제품 철수"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베트남에서 한국 매장인 것처럼 꾸민 중국계 생활용품 매장이 급증하고 있다.
베트남 사회 저변에 짙게 깔린 반중(反中) 감정을 비껴가면서 한류를 타고 형성된 한국 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악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수법으로 풀이된다.
29일 코트라(KOTRA) 호찌민무역관 등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에는 무무소(MUMUSO), 일라휘(ilahui), 미니굿(Mini Good) 등 한국매장인 것처럼 꾸민 중국계 브랜드 매장이 70개나 된다.
'무궁생활'이라는 한글 상표와 한국을 뜻하는 'Kr'을 브랜드에 붙인 무무소는 2016년 12월 베트남에 진출해 하노이시와 호찌민시 등 전국에 27개 매장을 열었다.
무무소는 홈페이지에서 "한국, 호주, 필리핀, 중국, 말레이시아 등 수많은 국가에 체인이 있으며 베트남에서도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매장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에 있는 무궁화라이프㈜가 한국 특허청에서 받은 것이라며 무무소와 무궁생활 상표등록증을 공개했다.
'연혜우품'이라는 한글 상표를 쓰는 일라휘도 'Korea'(한국)를 브랜드에 붙이고 2016년 9월 베트남에 진출해 현재 28개 매장을 오픈한 상태다.
한복을 입은 여성 사진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올린 일라휘는 "일라휘는 한국에서 유명한 브랜드"라면서 "2010년 설립해 아시아에 1천 개 이상의 매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무'라는 한글 상표를 함께 사용하는 미니굿도 2016년 9월 베트남에 첫 매장을 연 뒤 지금까지 15곳으로 확장했다.
한국 아이돌 가수의 음악을 종일 틀어놓는 중국계 매장들은 어설픈 한국어가 적힌 중국산 저가제품을 대거 팔고 있으며 상당수는 우리나라나 일본 유명 상품을 모방한 것이라고 코트라 호찌민무역관은 설명했다.
무무소의 경우 제품설명에 상표를 'MUMUSO-KOREA'라고 적은 스티커를 붙여놨다.
미니굿은 매장 곳곳에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한국어 안내판을 달아놨고, 제품설명란에 흔히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과 달리 '미니굿 코리아'가 디자인했다고 적어놨다.
이 때문에 베트남 현지인들은 이들 매장이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시의 한 무무소 매장에서 생활용품을 사고 나온 한 주부는 무무소를 이용하는 이유를 묻자 "중국 제품이지만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로 만들었고 값도 싸서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과 상관없는 중국계 매장'이라고 말하자 "처음 듣는 얘기"라며 깜짝 놀랐다.
코트라 호찌민무역관 관계자는 "한국이나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 평판이 나빠지지 않도록 특허청이 베트남 시장관리국, 지식재산권국과 국장급 회담 등을 통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의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화장품 등 일부 제품이 중국계 매장에서 철수하고 있다"면서 "베트남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조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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