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청구당한 변호사, 청구자 사죄문에 대한 답글 페이스북 공개
"재일 조선인의 평등권 부정은 사회 성립 전제 무너뜨린 것"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나한테 사죄하는게 아니라 차별을 즐기는 일과 결별하는 것이다"
조선학교에 보조금 지급을 요구하는 성명 등을 발표한 변호사에 대해 징계를 청구한 사람이 성명 발표 변호사에게 보내온 사죄 편지에 해당 변호사가 보낸 답장이 페이스북에 공개된 후 일본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조선학교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청구가 전국 21개 지역 변호사회에 쇄도하고 있다.
일본변호사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작년 1년간 이들에 대한 징계청구가 13만건에 달했다. 변호사연합회는 징계청구를 조장하는 인터넷 글이 청구 건수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징계청구를 부추기는 블로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일본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불법행위를 하거나 신뢰를 해치는 행위를 할 경우 누구나 징계를 청구할 수 있다.
26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SNS에서 확산하고 있는 답장을 쓴 사람은 삿포로(札晃)변호사회 소속 이케다 겐타(池田賢太. 34) 변호사다.
그는 재작년 7월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에 반대해 일본변호사연합회가 발표한 회장 성명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확신적 범죄행위"라는 비난과 함께 일반인 960명으로부터 징계청구를 받았다.
징계청구를 받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청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자 이케다 변호사에게 징계를 청구한 일반인 중 6명이 사죄문을 보내왔다.
이케다 변호사는 5월18일 이들의 편지에 대한 답신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답글에서 "사회는 한사람 한사람이 평등하다는 가치관에 입각해 성립한다. 당신의 징계청구는 재일 조선인의권리 평등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어서 사회(성립)의 전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의 경제적 손해나 정신적 고통 보다 사회의 분단을 초래한 것이야 말로 대단히 중요하다. 그 책임의 중대성을 확실히 인식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에서 이 글을 접한 사람들이 트위터 등으로 퍼 나르면서 SNS에서 답신 내용이 확산했다. 이후 2명의 청구자로부터 재차 "자신의 인권의식이 희박했던 걸 반성한다"는 내용의 편지가 왔다고 한다.
이케다 변호사는 "블로그의 선동에 넘어가 대량의 징계청구 행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무섭다"면서 "간토(關東) 대지진때도 유언비어가 확산해 조선인 학살이 일어났던 사태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