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장애물 극복한 '먹는 인슐린' 개발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인슐린을 평생 주사로 매일 몇 번씩 맞아야 하는 1형(소아) 당뇨병 환자와 일부 2형(성인) 당뇨병 환자에게 '먹는' 경구용 인슐린은 꿈같은 얘기다.
'먹는' 인슐린은 첫 관문인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에 이어 소장에서 분해효소를 이겨내고 마지막으로 소장 벽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 3가지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과학자가 이 지난한 관문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오고 있지만, 현재 임상에 사용할 수 있는 경구용 인슐린은 아직 없다.
이러한 3대 장애물을 이겨낼 수 있는 경구용 인슐린 캡슐이 미국 하버드대학 공학·응용과학대학(SEAS)의 사미르 미트라고트리 생명공학 교수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고 CNN 뉴스 인터넷판과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5일 보도했다.
이 인슐린 캡슐은 필수영양소인 콜린과 식품첨가제로 쓰이는 게란산(geranic acid)으로 된 이온성 액체에 인슐린을 분산시켜 이를 캡슐에 담은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캡슐은 폴리머 코팅이 되어 있어서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소장으로 내려가 분해된다.
분해된 캡슐 속의 인슐린은 이온성 액체 속에 분산돼 있어서 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에 분해되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며 인슐린이 스며있는 콜린과 게란산이 마지막 관문인 소장의 점막과 단단한 소장 벽을 쉽게 뚫고 들어간다고 미트라고트리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캡슐을 6마리의 쥐에 경구 투여해 봤다.
그러자 혈당이 급격히 떨어졌다. 투여 후 첫 2시간 사이에 혈당이 투여 전 수치의 62%, 10시간 후에는 55%까지 떨어졌다.
식염수에 넣은 인슐린이나 콜린-게란산만 들어있는 캡슐은 혈당 강하 효과가 거의 없었다.
이 인슐린 캡슐은 상온에서 두 달, 냉장하면 최소한 4개월 동안 안정된 상태 유지가 가능하다고 미트라고트리 교수는 밝혔다. 주사형 인슐린은 냉장 보존 기간이 몇 주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당뇨병이 없는 동물만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단계이기 때문에 임상시험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인슐린 캡슐은 주사라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 것 말고도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인슐린처럼 소화관에서 간(肝)으로 직행한다는 이점이 있다.
이에 비해 주사로 투여된 인슐린은 혈관을 통해 온몸을 돌고 돌아 간으로 들어간다. 인슐린은 간에서 포도당의 합성을 억제, 혈당이 일정한 범위에서 유지되게 한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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