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웃음 찾은 외질…한국 16강 도전 변수 되나
터키 대통령과 사진 촬영으로 비판 받았던 외질 활기 되찾아
(모스크바=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독일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메주트 외질(아스널)은 요아힘 뢰프 감독의 상징 같은 선수였다.
그는 뢰프 감독의 사령탑으로서 첫 월드컵 무대였던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독일대표팀에 승선해 키플레이어로 활약했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이름값에 걸맞은 플레이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외질은 뢰프 감독이 주도한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으로 발굴된 주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순혈주의' 타파의 상징적인 선수이기도 했다.
터키 이민자의 후손인 외질은 가나계인 제롬 보아텡(바이에른 뮌헨) 등 다양한 혈통의 선수와 시너지 효과를 내며 독일 축구를 세계 최강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외질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사진 사건' 하나로 독일 축구팬들과 축구인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다.
터키계인 외질과 일카이 귄도안(맨체스터시티)은 지난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를 두고 독일팬들은 두 선수의 민족적 정체성이 의심된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일부 독일 매체에서는 순혈주의를 깬 독일대표팀에 파벌이 생겼으며, 선수들이 분열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외질은 슬럼프까지 겪으면서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독일 축구의 영웅 마테우스는 "외질이 독일대표팀의 일원으로 뛰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다"라고 독설을 내뱉기도 했다.
외질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멕시코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0-1 충격 패의 원흉으로 몰렸다.
멕시코전 이후 외질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선 취재진의 질문세례에 얼굴을 찡그리며 지나갔고, 팀 훈련에서도 선수들과 융화하지 못했다.
'외질 사태'가 촉발한 위기의 씨앗은 독일대표팀을 흔드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전을 앞두고 독일대표팀은 외질을 다시 감싸는 분위기다.
뢰프 감독은 최근 "우리는 여전히 외질의 창의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라며 그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외질도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그는 25일 대표팀 경쟁자이자 동료인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와 환하게 웃는 사진 한 장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올렸다.
그리고 "그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그라운드 안에서든 밖에서든 한 팀"이라고 글을 남겼다.
로이스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외질은 여전히 우리 팀에 핵심이며 필요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바투틴키 CSKA 훈련장에서 열린 베이스캠프 마지막 팀 훈련에서도 외질의 표정은 완전히 달랐다.
그는 훈련 내내 동료들과 밝게 웃으며 훈련을 소화했다.
한국전을 앞둔 외질이 마음을 다시 잡은 분위기다.
뢰프 감독의 상징, 외질의 부활 여부는 한국의 16강 도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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