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컬링감독 "징계 주더라도 문제를 해결해 달라"
컬링연맹 '경고'에 스포츠공정위 재심 청구
"의혹 안 풀고 은메달 땄다고 봐주는 건 싫어"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은메달 따왔다고 봐주는 것은 본질에서 어긋나요. 차라리 벌 받을 게 있으면 받을 테니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원해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컬링 은메달을 목에 건 '팀 킴'(경북체육회 여자컬링팀)의 김민정 감독은 지난 20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대한컬링경기연맹 관리위원회가 지난 14일 김민정 감독에게 '서면경고' 조처를 내린 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연맹 관리위는 김 감독이 지난해 3월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심판에 거칠게 항의했다며 '경기장 질서 문란'을 이유로 '1년 자격 정지'를 내리려고 했으나, 올림픽 성과를 고려해 경고로 징계를 감경했다.
그러나 연맹 관리위는 서면경고는 엄밀히 말해 징계 범주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스포츠공정위 재심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김 감독은 25일 연합뉴스에 "징계의 경중을 떠나 스포츠 공정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선발전 중 경기장에서 소리를 지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 배경과 이유가 있지 않겠나. 반복적인 석연치 않은 판정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연맹은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판이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도 연맹은 징계를 내리겠다면서 '은메달 따왔으니 봐주겠다'는 식으로 나왔다. 나는 그런 게 싫다. 받을 벌이 있으면 받겠다. 그 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게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선발전에서 심판이 다른 팀에 연습 기회를 더 주려고 했고, '팀 킴' 선수들의 비디오판독 요청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억울함이 쌓인 상태에서 심판과 마주하다가 언성이 높아졌고, 결국 퇴장 명령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퇴장 범위를 둘러싼 의견 충돌도 있었다.
김 감독은 '해당 경기의 시트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이해했으나, 심판은 '앞으로 남은 모든 경기의 경기장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해석했다.
김 감독은 퇴장 범위가 지나치다고 판단해 근거를 말해달라고 요구하다가 다시 언쟁이 붙었지만, 결국 판정을 수용해 남은 경기 시간을 주차장에서 보냈다고 떠올렸다.
김 감독은 지난 11일 징계위원회에서 변호사를 통해 이런 배경을 소명했다. 또 해당 심판의 자격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계위는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은메달' 성과만 봤다고 김 감독은 아쉬워했다.
또 "남자 심판도 같이 목소리를 높였는데, 나중에는 '여자가 드세다'라는 뒷말을 들었다. '내가 여자라서 이렇게 됐나'라는 생각마저 들더라"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이 제기한 의혹들은 아직은 김 감독의 개인 주장이다.
연맹 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언쟁할 때 김 감독이 먼저 소리를 지른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심판의 자격 문제는, 한국 컬링 기반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완벽히 자격을 갖춘 인재가 없어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이 제기한 문제들을 정식으로 조사하지는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사안을 깊게 가져가면 끝이 없다. 징계위에서는 '경기장 질서 문란' 행위의 사실만 따졌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아버지인 김경두 전 컬링연맹 직무대행도 지난해 6월 회장이 공석 상태가 된 이후 2개월 동안 새 회장 선거를 시행하지 않아 '1년 6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김 전 직무대행 역시 "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 훈련 지원이 더 시급한 상황이었다"고 반박하며 스포츠공정위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스포츠공정위는 청구 접수 60일 이내에 판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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