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지분 '30% 이상' 규제하자 '29%로 칼맞춤'…규제회피 꼼수
사익편취 규제에 지분 팔아 규제 회피…내부거래로 승승장구 '의혹'
"현대산업개발의 HDC아이콘트롤스, 현대차의 이노션·글로비스 등 의심사례"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는 재벌 총수일가의 지분이 높은 회사를 규제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규제가 시행되기 직전 일부 기업들은 규제를 받아야 하는 기준 바로 턱밑까지 총수일가 지분율을 낮춰 규제를 피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이런 방식으로 '규제 사각지대'를 만든 뒤 내부거래에 의지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망을 더욱 촘촘하고 정교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광고업체 이노션[214320]은 설립 당시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였다.
하지만 사익편취 규제가 시작된 2014년 전후로 총수일가의 지분을 매각해 지분율을 29.9%까지 낮췄다. 이어 2015년 7월 상장사가 됨으로써 규제 망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은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이다.
이노션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5년 50.02%에서 2017년 57.08%까지 상승했다.
2013∼2017년 내부거래 규모도 1천376억원에서 2천407억원으로 1.7배나 늘었다.
특히 이노션은 다른 경쟁사업자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았고 총수 2세는 주식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핵심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기도 했다.
또 다른 현대차 계열사인 물류기업 현대글로비스[086280]도 마찬가지다.
사익편취 규제 시행 전에 현대글로비스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43.4%에 달했지만, 규제가 시행된 뒤 2015년 2월 총수일가 지분율은 정확하게 29.9%까지 낮아졌다.
사익편취 규제를 피하려고 지분을 팔았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현대글로비스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업계 최상위 수준의 매출액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20.73%로 규제대상 회사의 평균(14.1%)을 훨씬 웃돈다.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HDC아이콘트롤스 역시 총수일가 지분이 51.1%에 달했지만 사익편취 규제 시행 이듬해인 2015년 지분율이 29.9%로 낮아져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3∼2017년 이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878억원에서 1천725억원으로 1.9배 늘었고 내부거래 비중도 50∼70%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S&C의 100% 자회사인 한화에너지는 총수일가가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는 규제하지 않는 '맹점'을 악용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한화에너지는 다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기업가치가 상승했고 이는 결국 한화S&C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사실상 총수일가 지분 회사를 간접 지원하는 효과를 냈다.
그룹 연수원의 식음료 서비스업체로 시작한 삼성웰스토리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사익편취 규제 도입 직전인 2013년 물적 분할을 통해 자회사를 설립해 내부거래를 계속했고, 규제 시행 이후 내부거래 비중은 규제 대상 평균보다 훨씬 높은 36∼40%에 달했다.
또 전체 매출액의 30% 이상이 다른 계열사와의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고 연간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기준보다 다소 낮아 사각지대에 속한 회사들은 규제 도입 전후 지분 매각, 비상장 회사 상장 등을 통해 규제를 회피했다고 의심되는 사례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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