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테 伊총리, '독일 메르켈 구하기' EU정상회동에 '몽니'
"유럽 이민체계 확 뜯어고치자" 주장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반(反)난민 강경책을 펼치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의 이민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주세프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24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독일, 프랑스 등 16개 EU 회원국 정상들이 모인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콘테 총리의 주장은 유럽 국가들이 난민 처리와 관련해 처음 망명 신청을 받은 나라가 보호책임을 지도록 하는 '더블린 조약'을 손보자는 의미다.
특히 28일 개최되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독일의 제안으로 열린 이번 '미니 회의'는 난민정책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으면서 대연정 해체 위기까지 몰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구하기 위한 회동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지만, 콘테 총리가 재를 뿌린 셈이 됐다.
더블린조약은 난민들이 처음 입국한 국가에서 망명 자격 심사를 받고 다른 국가로 다시 이동해 망명 신청을 하면 처음 입국한 국가로 이송된다는 내용으로, 1990년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12개국이 체결했다.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이 넘쳐나는 요즘 이탈리아 등이 더블린 조약의 최대 '불만국'이 되고 있다.
콘테 총리는 이번 회동에 참석한 정상들에 제출한 '8가지 계획'이라는 제안서에서 '상륙에 안전한 항구'와 '망명권을 심사할 수 있는 자격'을 분리하자고 주장했다.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들은 이탈리아 당국만 망명 신청을 할 게 아니라 유럽 다른 국가들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제안서는 "이탈리아에 도착한 것은 곧 유럽에 도착한 것"이라며 "우리는 책임과 연대를 재확인해야 한다. 솅겐이 위기에 몰렸다"고 밝혔다.
'솅겐이 위기다'라는 것은 난민정책과 관련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EU 28개 회원국중 22개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등 비회원 4개국이 국경간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기로 한 솅겐조약이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콘테 총리는 망명 신청이 외부 국경을 둔 국가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EU의 다른 나라에도 '보호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를 마친 뒤 메르켈 총리는 28~29일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도 난민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해법을 찾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독일은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국가들과 양자 혹은 삼자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메르켈 총리(기독민주당)가 이끄는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기독사회당)은 다른 EU 회원국에서 망명을 신청했다가 거부된 난민은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강경한 난민정책을 요구하고 연정 탈퇴 의사까지 내비쳐 메르켈 총리는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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