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전·현직 총리 '설전'…비자금 의혹 놓고 연일 공방
나집 前총리 "1MDB 자금 횡령 몰랐다…내 책임 아냐"
마하티르 신임 총리 "직접 서명해 놓고 몰랐다니 누가 믿나"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 의혹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전·현직 총리가 내외신 인터뷰를 통해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22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마하티르 모하맛 현 총리다.
지난달 9일 총선에서 야권연합을 이끌고 압승해 61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마하티르 총리는 1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집 라작 전임 총리가 "횡령과 정부자금의 뇌물 유용 등 다수의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좌에서 밀려난 나집 전 총리는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2009∼2015년 45억 달러(약 5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반부패 당국의 조사를 받아왔다.
나집 전 총리는 즉각 반격했다.
그는 이튿날 같은 매체를 통해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조목조목 부인했다.
나집 전 총리는 이른바 '1MDB 스캔들'에 대해 "내가 알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는 1MDB 자금이 (부동산과 사치품 같은) 그런 물건을 사는데 쓰이도록 허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그의 개인 계좌에서 발견된 6억8천100만달러(약 7천550억원)의 뭉칫돈에 대해선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정치기부금이란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최근 자신과 가족의 집에서 압수한 1억1천400만 링깃(약 315억원) 상당의 현금과 외화는 당 비밀자금으로, 함께 압수된 280여개의 명품 핸드백 등 다량의 사치품은 '대가성 없는 선물'이라고 각각 주장했다.
나집 전 총리는 "이것들은 주로 내 딸에게 온 선물이다. 꼬리표에 누가 언제 보냈다는 것까지 적혀 있다"고 말했다.
1MDB 횡령 자금을 세탁·관리한 금융업자 조 로우가 빼돌린 돈으로 2억 달러(약 2천200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와 보석류를 사들여 아내 로스마 만소르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런 물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는 조 로우에게 어떠한 지시도 하지 않았다. 그가 무엇을 했든 그에 대한 책임은 결국 1MDB 경영진과 이사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마하티르 총리는 21일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인 말레이메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집 전 총리가 거짓 해명을 했다고 공박했다.
그는 "그가 직접 서명을 한 사안을 몰랐다는 말을 누가 믿겠느냐. 42억 링깃(약 1조1천600억원)에 달하는 1MDB의 대출원금이 드나드는 모든 과정에 그의 서명이 있다"고 비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달 취임 직후부터 적폐청산의 기치를 내걸고 1MDB 스캔들의 진상규명에 박차를 가해 왔다.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는 두 차례에 걸쳐 나집 전 총리를 소환조사한 뒤 돈세탁과 횡령 혐의로 그를 기소할 것을 검찰에 권고했다.
한편, 현지 경찰은 나집 전 총리가 연루된 잠수함 도입사업 리베이트 스캔들을 폭로하려다 2006년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몽골 출신 여성 모델 알탄투야 샤리이부(당시 28세) 사건에 대해서도 재수사에 착수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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