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비핵화' 후속 조치 재촉하는 美…뜸들이는 北
트럼프, 北 전면비핵화 시작 주장, 美행정부 주요인사 北행동 촉구
北, 10일째 묵묵부답…북미 후속협상서 폼페이오 상대도 발표 안해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22일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열흘이 지나간 가운데, 미국은 정상회담에 명시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동력을 유지하면서 후속 조치를 재촉하고 있지만 북한의 '뜸 들이기'가 지속하는 양상이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북한의 추가 액션을 독려하고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면적 비핵화(Total denuclearization)로, 이미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우리는 매우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북한)은 엔진시험장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이미 대형 실험장 가운데 한 곳을 폭파했다. 사실 그것은 실제로는 실험장 4곳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변화 모습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지난달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3곳을 폭파한 걸 상기시킨 것으로 풀이됐다.
아울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최대한 이른 시일에 북측 인사와 만날 것"이라는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도 나왔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후속협상을 위해 조만간 방북해 북미정상회담 후속협상을 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미국의 이런 모습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듯하면서도 북한과의 후속협상을 조기에 개최하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한미 국방부는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중단키로 하고, 북미 간 대화가 지속하고 북한의 비핵화 이행이 이뤄지면 나머지 대북 전면전 가정 한미훈련도 멈출 계획을 발표했다. 다시 말해 북한을 재촉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선 북미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은 합의는 다소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이지만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2차례 방북,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연쇄 협의 등을 통해 암묵적인 합의를 본 내용들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13일 서울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최종 문서(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모든 것이 담긴 것은 아니다"며 "이해에 도달한 다른 많은 부분이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개최 10여일 흘렀으나, 북한은 아직 뚜렷한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북미 후속 협상 일정은 물론 폼페이오 장관을 상대할 북측 협상 파트너가 누구인지도 알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3차 북중정상회담과 함께 부상한 '중국 변수'가 비핵화 진전 속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2차 북중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달라졌다며 한때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던 점을 상기하면 3차 북중정상회담 후 북한의 태도는 북미정상회담때와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세종연구소 정재흥 연구기획본부 부본부장은 "3차 북중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정세 아래에서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전략 전술적 협동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했는데, 이는 북한으로서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에 대해 중국의 힘을 얻어서 나아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뤄질 북미간 후속협상에서 한반도 비핵화 조치가 어느 수준까지 합의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북미간 기존 협의 결과에 바탕해 조기에 중요한 성과를 내려는 미국과,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통해 점진적 접근을 하려는 듯한 북한이 상호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물을 만들어 낼지는 향후 비핵화 협상의 향배를 예측하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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