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경찰·특수요원이 들려주는 '침입의 건축학'
건축 저술가 제프 마노 '도둑의 도시 가이드'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건축과 건축물을 생각할 때 우리는 흔히 아름다운 외관 아니면 뛰어난 건축술, 그리고 이를 이뤄낸 건축가를 떠올린다. 이야기 끝에 건축주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제프 마노 '도둑의 도시 가이드'(열림원 펴냄)는 건축을 바라보는 통상적인 관점을 배반한다. 그는 국내에도 소개된 '빌딩블로그'를 쓴 유명 건축 저술가다. 수많은 건축가와 대학교수, 도시계획 담당 공무원들을 만난 저자는 신간에서 건축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침입자'들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들은 범행을 위해 건물의 문과 창문을 면밀히 관찰하고, 감시 카메라 위치를 파악하고자 몰래 복도를 돌아다니고, 건물 사용시간과 빈틈을 알아내기 위해 종일 기다리기도 한다."
책은 도둑, 전 FBI 특수요원, 경찰, 민간보안업자 등 '침입자'들이 바라보는 건축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각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건축가 의도와 건축물 기능을 우회한 채 건축물을 읽어낸다. 대다수가 지나치는, 사소한 부분을 주목하는 이들의 눈은 "아주 비틀린 형태의 건축학적 비평"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건물침입의 역사는 인류가 지나온 시간이기도 하다. 고대 로마인 아풀레이우스 소설 '황금 당나귀'에는 벽과 문을 무너트리고, 기둥에서 모든 문을 떼어내고, 가장 단단히 고정된 볼트를 뽑아내는 세 도둑을 바라보는 화자가 등장한다. 이 밖에 여러 시대와 대륙을 오가며 이야깃거리를 풀어내는 책은 2천 년간 이어진 건물침입의 역사를 아우르는 노력이기도 하다.
'도둑의 도시 가이드'는 건물과 도시를 다르게 보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도둑처럼 보라! 가장 지루하고 평범한 주위의 건물과 도시 경관도 에펠탑이나 런던 의회당같이 놀랍고 경탄스러운 세계적 랜드마크로 와 닿으리니."
김주양 옮김. 352쪽.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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