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근병, 아트선재센터서 개인전 '생존은 역사다'
1992년 카셀도큐멘타 출품작 새롭게 설치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미디어 작가 육근병(61)이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 '생존은 역사다'를 열고 있다.
1980년대 후반 비디오 설치 작업을 시작한 작가는 30여 년간 '눈'을 모티브로 역사의 응시, 타자와의 대화, 삶과 죽음의 연결 등을 이야기해왔다.
이번 전시도 눈을 주제로 한 작업들로 채워졌다.
전시장 2층 '십이지신상'은 아돌프 히틀러, 마더 테레사, 스티브 잡스 등 세계 근현대사를 이끈 12명 초상을 담은 작업이다.
둥글게 배치된 12개 스크린 속에서 각 인물이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내는 흑백 영상이 지나가면, 깜빡이는 눈동자가 어슴푸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천장 중앙의 스피커에서는 심장박동 소리를 토해낸다.
3층에서는 대표작인 '풍경의 소리 + 터를 위한 눈'이 새롭게 재현된다.
작가는 1992년 세계적인 현대미술축제인 카셀 도큐멘타에서 무덤처럼 쌓아올린 흙더미에 깜빡이는 눈 영상이 나오는 TV 모니터를 설치, 세계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흙 봉분 주변에 당시 설치 과정을 기록한 드로잉, 1995년 리옹비엔날레에 설치된 '생존은 역사다' 설치 드로잉 등을 배치했다.
작가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눈'에 천착하는 이유로 "굳이 구체적인 언어를 통하지 않더라도 눈만으로도 대화 가능하지 않으냐. 오히려 말보다는 눈으로 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인다고 하듯이, 예술 또한 보이는 것이 있지만 사실은 느끼는 것이라 할 수 있다"라면서 "느끼는 세계가 따로 있는 법이고 그 안에서 중요한 것은 '시선'"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8월 5일까지. ☎ 02-733-8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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