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산업부 월성1호기 공문, 법적 구속력 없지만 따라야"
이사회 회의록…"조기폐쇄 결정해도 이사진 배임죄 성립 안 해"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조요청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공기업으로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실이 한수원에서 받은 제7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법률검토 내용을 보고했다.
한수원 법무실장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산업부 공문에 대해 "법률상 행정지도로서 이에 따라야 할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의 구속력은 있다고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산업부는 지난 2월 20일 한수원에 공문을 보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 등이 포함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통지하고서 "귀사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들을 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한 바 있다.
한수원은 공문의 법적 구속력과 조기폐쇄를 결정할 경우 이사진의 책임 여부 등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과 대륙아주에 질의했다.
태평양은 공문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해진 방향대로 법정 절차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 자체로 어떠한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귀사는 에너지법에 따라 정부의 에너지 시책에 적극 협력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기업으로서 사실상 정부 정책을 반영해 경영할 것이 요구된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귀사 이사회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 및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해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반대하는 내용으로 결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대륙아주도 "귀사 입장에서는 임의로 위 공문에 기재된 요청을 거부하거나 이에 반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울 것인바 본건 공문은 귀사에 대해 사실상의 구속력은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12명의 이사 중 1명만 조기폐쇄에 반대했다.
한 이사는 "혹시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북한에 전기를 보내 줘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발전소 폐쇄를 결정하고 북한에 전기 공급을 할 필요가 있을 때 발전소 건설을 시작하면 늦는다"고 말했다.
대부분 이사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인정했다.
다른 이사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 전환정책이라는 큰 정책적 얼개가 만들어졌다"며 "공기업으로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법무실장은 조기폐쇄 결정이 합리적인 경영상의 판단인 만큼 이사진의 민사상 책임이나 형사상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사진에게 설명했다.
한수원은 조기폐쇄에 반대하는 주민과 노조와의 물리적 충돌 등을 우려해 이사회를 별도의 소집절차 없이 긴급히 개최했다.
김 의원은 한수원이 이사회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하면서 대관비로만 약 210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산업부의 명확한 지시도 없었고, 조기폐쇄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보상 규모도 파악되지 않은 채 긴급하게 70분짜리 이사회를 특급호텔에서 열어 속전속결로 결정했다는 것은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투명성과 당위성에 의심을 품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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