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난민신청 1만명 육박…정부는 오히려 난민 차별"
난민인권센터 등 인권단체, 세계난민의 날 맞아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한국은 그동안 규모나 내용 면에서 난민보호에 인색했습니다. 신청자가 늘어나고 보호해야 할 난민이 늘어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인데도 법무부는 모든 문제를 난민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난민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가야 할 시기에 입학통지서를 받지 못하는 아동들이 있습니다. 가족관계를 증명하지 못해 핸드폰 개설을 하지 못하거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등록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2013년 난민법이 제정됐지만, 난민 정착을 위한 행정체계에는 여전히 무수한 '공백'이 있습니다."
난민인권센터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20일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분수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난민협약국인 한국 정부가 오히려 난민 차별을 양산하고 혐오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무부는 인간이 살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체류, 노동할 권리마저 제한시키며 이들을 불법으로 내몰고 구금시키는 것도 모자라, 강제송환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출신 난민신청자가 급증하자 정부가 '무사증을 악용해 입국할 개연성이 상존한다'는 이유로 예멘을 무사증 입국불허국가로 추가한 것은 "난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확산하고 불안을 가중하는 조치"라고 꼬집었다.
한국 정부가 1993년 난민 제도를 시행한 이후 25년간 총 3만8천168명이 한국에 난민신청을 했으나, 이 중 2%(825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는 게 난민인권센터의 설명이다.
난민신청을 하면 평균 7개월을 기다려야 1차 심사결과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심사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은커녕 적절한 통역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센터의 지적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한국의 난민신청자는 9천942명으로 1만 명에 육박하지만,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38명뿐이다. 단순 평균을 내봐도 공무원 1명당 269건이 넘는 난민 심사를 맡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난민법에 따라 난민신청자를 구금하거나 강제송환을 할 수 없지만, 지원단체나 변호사 조력을 받기 어려운 주말이나 저녁 시간대 정부가 일부 난민신청자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사례가 왕왕 있다고 센터는 주장했다.
힘겹게 난민 지위를 인정받더라도 살길은 막막하다고 한다. 본국에서 변호사·의사· 제빵사 등의 직업을 가졌어도 한국에서는 해당 기술이나 자격을 인정해주는 체계가 없어 단순노무직에만 종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난민인권센터 등은 난민인정심사제도를 국제 기준에 부합하게 개선하고, 난민처우 개선을 위한 종합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난민신청자에게 기초언어를 가르치고 사회적응교육을 하는 등 권리를 보장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주무부처인 법무부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각 지자체가 나서서 난민 인정자가 한국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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