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FIFA 랭킹 70위 맞아?…'통쾌한 반란'에 러시아 환호
평가전 부진 딛고 개막 이후 화끈한 2연승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러시아와 이집트의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이 러시아의 3-1 승리로 끝난 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근처에선 러시아 팬들의 응원가가 한참이나 이어졌다.
경기 시작 전만 해도 부부젤라를 동원한 이집트 팬들의 '극성스러운' 응원과 비교하면 러시아 팬들의 절제된 응원은 점잖아 보이기까지 했으나 경기 후 러시아 팬들은 마치 고삐 풀린 듯 기쁨을 만끽했다.
개최국 러시아는 그야말로 '통쾌한 반란'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로, 32개 참가국 중 가장 낮은 굴욕을 안고 월드컵을 개최해야 했으나 개막과 함께 화끈한 승리를 이어갔다.
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무려 5골을 뽑아내며 '가장 지루한 개막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어 놨고, 2차전에서도 월드컵 무대에 데뷔한 이집트 무함마드 살라흐에게 갈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왔다.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이후 A매치 7경기(3무 4패)에서 1승도 챙기지 못하고, FIFA 랭킹도 70위까지 추락한 것은 마치 극적인 월드컵을 위해 치밀하게 설계한 '트릭'이라도 되는 듯했다.
개막전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러시아 감독을 향해 "지금까지 모두를 속여온 것이었느냐"는 농담 섞인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첫 경기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약체팀이고, 이집트는 에이스 살라흐가 완전히 제 기량을 회복한 것이 아니라고는 해도 두 경기에서 러시아가 보여준 경기력은 훌륭했다.
벌써 3골을 넣은 데니스 체리셰프와 2골을 넣은 아르튬 주바, 개막전에서 신성으로 떠오른 알렉산드르 골로빈 등을 중심으로 한 공격력은 물론 수비 역시 좋았다.
이날 유리 지르코프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수비진은 부상에서 돌아온 살라흐를 꽁꽁 묶었다.
두 경기 만에 8골을 넣으며 2연승을 거둔 러시아는 월드컵 16강 문턱에 바짝 다가섰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러시아 기자들의 박수를 받은 체르체소프 러시아 감독은 "오늘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냐"는 질문에 "기쁜 날들이 더 많이 오길 바란다"며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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