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현직 영부인 5명, '밀입국 아동격리' 한목소리로 비판
힐러리 "우리 가치에 대한 모욕", 로라 부시 "잔인하고 부도덕"
로잘린 카터 "국가의 수치이자 망신", 멜라니아 "가슴으로 통치할 필요"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의 전·현직 영부인 5인이 한목소리로 밀입국자를 대상으로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는 현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NBC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여성단체 행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부모-자녀 격리 정책은 "우리의 가치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공약이 이런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감리교 신자인 클린턴 전 장관은 특히 현 정부가 종교적인 근거를 내세워 이런 정책을 정당화하려 한다는 점에 분개하며 "예수님은 '어린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학대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성경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이들은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런 정책은 종교에서 근원하지 않으며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이번 일들은 내가 배운 것들과 상반된다"고 꼬집었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일절 발언하지 않던 로라 부시 여사도 워싱턴포스트(WP)에 글을 기고해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부시 여사는 이 기고문에서 "나는 국경에 접한 주에 산다. 국경을 보호하고 이를 집행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런 무관용 정책은 잔인하고 부도덕하다. 그리고 가슴이 아프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의 포로 수용 등과 비교하며 미국인의 도덕성에 호소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때로 진실은 정당을 초월한다"는 글과 함께 부시 여사의 기고문을 소개하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최연장자인 지미 카터 대통령의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도 성명을 내고 가족을 분리하는 이 정책이 "국가의 수치이자 망신"이라고 규탄했다.
카터 여사는 "영부인으로 있을 때 태국으로 탈출한 캄보디아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적이 있는데 태국을 방문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부모와 헤어진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목격했다"며 "오늘날 멕시코 국경에서 일어나는, 부모의 보살핌으로부터 아이를 떼어놓는 정책과 관행은 우리나라의 수치이자 망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현직 영부인인 멜리니아 트럼프 여사도 대변인을 통해 "국가가 모든 법을 따라야겠지만 가슴으로 통치할 필요도 있다"며 남편이 이끄는 정부 정책에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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