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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수익 9천만원…'깻잎 박사' 된 새터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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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수익 9천만원…'깻잎 박사' 된 새터민 부부
7년간 정성 쏟아 성공 신화…남북 평화 분위기에 형제 상봉 꿈꿔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군 군서면에는 '깻잎 박사'로 불리는 이방인 농군이 있다. 2003년 북한에서 탈출, 정착한 원정근(61)·김영숙(58)씨 부부다.

3천㎡에 이르는 그의 비닐하우스는 수막 재배시설을 갖춰 사시사철 싱싱한 깻잎이 나온다. 이곳에서 부부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해 9천만원 안팎.
남한땅에 정착한지 15년만에 일군 터전이다.
김일성 정치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정치 군관으로 복무하던 그는 2003년 8월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데리고 탈북을 결심한다.
필사의 노력으로 압록강을 건넜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중국 공안의 싸늘한 감시망과 배고픔이었다.
UN 난민기구의 도움을 받아 남한땅을 밟기까지 2년 동안 그의 가족이 겪은 고생과 좌절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혹독한 과정을 거치며 정착한 남한 생활은 오히려 수월하게 느껴졌다.
북한 이탈 주민 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나온 부부는 주유소, 제과점, 식품회사 등을 전전하며 일해 마련한 종잣돈 5천만원으로 2011년 지금의 농지를 임차해 깻잎 농사를 시작했다.

자신의 농장을 가졌다는 자부심에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 15시간 이상 비닐하우스에 머물면서 깻잎 농사에 정성을 쏟았다.
낯선 말씨의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준 이웃들의 관심과 후원도 원씨 가족이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깻잎 농사 7년 만에 그는 인근서 제법 이름난 농사꾼으로 성장했다. 그가 생산하는 깻잎은 향기와 식감이 좋아 도매상한테 인기가 높다.
그의 성공 신화는 새터민 사회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받아 최근에는 후배 새터민들의 견학 행렬이 줄을 잇는다. 작년에는 통일부 장관까지 농장을 찾았다.
옥천군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요즘 남북 평화 분위기에 고무돼 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잘하면 북한에 두고 온 형제와 상봉할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원씨는 "형, 누이와는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생이별을 했다"며 "남북관계가 잘 풀려 다시 상봉할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삶의 터전을 가꿀 것"이라고 말했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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