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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환 "예술은 자연을, 자연은 예술을 해치지 않는다"
가나아트센터 '대화'展…서체추상 놓고 맑은 색채 추상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이 사람, 아직도 정착 못 하고 떠도는구나 하고 볼 수도 있겠지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나뭇잎은 없고, 강물도 한 번 흘러가면 돌아보지 않습니다."
1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2층 전시장에서 만난 오수환(71) 작가가 지팡이에 살짝 몸을 기댄 채 말했다. 작가 뒤에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현란한 색채의 대작 '대화'가 걸려 있었다.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개막한 동명의 개인전 '대화'는 극도로 절제된 오수환의 흑백 화면을 기억하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뜻밖일 작업으로 채워졌다. 2016년 이후 제작한 출품작 30여 점 대다수는 물감 팔레트가 캔버스를 덮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하다.
"검정 하나만 갖고 쓴 세월이 20년 정도 됩니다. 서양 작가들과 어떻게 다른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관객을 다른 곳, 알 수 없는 곳, 가본 적이 없는 곳으로 데려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서 흑백 작업에 더 몰두했죠."



그렇게 탄생한 '곡신'이나 '적막' 연작은 서양화이지만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른바 '서체 추상'으로 이름을 날리던 작가는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색채가 주는 생동감에 끌렸다. 당 삼채, 명 오채, 우리 전통 오방색처럼 동아시아의 유구한 채색 전통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작업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약 10년 전 도전한 작업들이 색면 바탕에 서체적 형상을 띄운 것이라면, 지난 3년간 매진한 신작들은 거칠 것 없는 색채의 움직임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아무렇게나 뒤엉킨 모습은 밀림 덩굴을 떠올리게도 한다.
무의식 상태에서 그림과 교감하려 애쓴다는 작가는 "자연은 아니지만 어떻게 캔버스 위에 자연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예술은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자연도 예술을 해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수수한 작업복 차림으로 간담회에 등장, 시계도 차본 적이 없고 집과 경기도 양주 작업실을 매일 4시간씩 걸어서 오간다고 말한 작가의 삶과 그림이 겹쳐 보였다.
가나아트센터가 용산 한남동에서 운영하는 가나아트한남에서도 드로잉 전시가 동시에 열린다. 드로잉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작가는 "우리가 넘어야 할 고개가 많은데 고개를 넘으려면 늘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라면서 "저는 이를 박물관(방문)이나 드로잉 작업을 통해 읽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7월 15일까지. 문의 ☎ 02-720-1020.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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