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증산' vs '감산 연장'…OPEC 분열 속 유가 급락
WTI 한때 2.3% 급락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원유 감산을 끝낼지 아니면 연장할지를 놓고 산유국들 입장이 격돌하면서 유가가 18일 2% 넘게 떨어졌다.
중국이 미국산 원유에 관세 부과를 경고한 것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7월물 가격은 이날 오전 10시 57분께(이하 한국시간) 배럴당 63.59달러까지 내려 전거래일 종가보다 2.3%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4월 9일 이후 두 달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브렌트유 8월물 가격도 이날 오전 10시 57분께 배럴당 72.47달러까지 내려 1.3% 낙폭을 보였다.
이런 유가 급락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중국이 미국산 원유에 세금 폭탄을 경고하면서 악재가 겹친 탓이다.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회의에서는 산유국들이 생산을 줄이기로 했던 합의를 연장할지, 끝낼지가 도마 위에 오른다.
감산을 끝내고 증산으로 돌아서자는 의견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빅2' 산유국이 주도하고 있다.
앞서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OPEC 회의에서 참가국들이 하루 150만 배럴 증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지난 14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란, 베네수엘라, 이라크 등은 증산에 정면 반발하고 있다.
이란 측 OPEC 대표인 호세인 카젬푸르 아르데빌리는 지난 17일 블룸버그 통신에 이란, 베네수엘라, 이라크 등 OPEC 3개국이 증산을 막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증산을 원하지만, 이는 만장일치가 필요하다"면서 "양국이 독자 행동을 원한다면 이는 합의 위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OPEC 14개 회원국과 러시아, 멕시코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은 유가를 끌어올리려 2016년 11월 하루 18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한 데 이어 감산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OPEC 의견이 이처럼 엇갈린 것은 원유 생산량을 결정하는 데 시장 논리보다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입김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CNBC 방송은 분석했다.
미국은 OPEC 회의에서 증산 결정이 나오기를 바라는 쪽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유가가 너무 높다. OPEC이 또 애쓰고 있다. 좋지 않다"면서 OPEC을 압박했다.
이는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를 억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의 제재에 시달려온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감산을 연장해 유가를 끌어올리길 바란다.
IHS마켓의 대니얼 예르긴은 "미 중간선거가 OPEC 결정에 변수로 등장하는 때가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고유가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미중 무역 갈등도 국제 유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미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중국이 WTI를 포함한 미국산 제품에 맞불 관세를 경고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불확실성이 커졌지 커졌기 때문이다.
선물 거래업체인 필립퓨처스의 벤자민 루는 "양국이 이같이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면서 투자자들은 경제 성장세가 꺾일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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