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FT "잉글랜드, 서유럽 국가들의 성공전략 카피"
사우스게이트 감독, 선굵은 축구 버리고 섬세한 전술로 탈바꿈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잉글랜드는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상황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맞는 건지도 모른다.
잉글랜드의 과거 월드컵은 언제나 요란했다.
웨인 루니, 마이클 오언, 스티브 제라드 등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는 슈퍼스타들이 즐비했기에 훈련 캠프에는 기자들이 바글바글했다.
'축구 종가'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건 마치 숙명이라는 듯 팬들과 미디어는 선수들을 압박했다.
매번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성적은 기대와 달랐다. 잉글랜드가 월드컵 4강에 든 것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 4위가 마지막이다.
심지어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이탈리아, 우루과이, 코스타리카와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린 D조에서 1무 2패 최하위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기대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벌인 설문 조사에서 잉글랜드의 월드컵 우승을 예상한 답변은 단 7%에 그쳤다.
미디어들도 아예 관심이 없다. 자극적인 기사로 유명한 대중지 '더선'이나 '데일리 메일'도 심드렁한 기사만 내보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을 가장 반기는 이는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대표팀 감독이라고 1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FT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전략은 일종의 '역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며 "잉글랜드를 또 하나의 서유럽 국가처럼 변신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말해 잉글랜드 축구를 규정했던 전술을 과감하게 버리고 서유럽 국가들의 전술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과거 '뻥 축구'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대표되는 선 굵은 축구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섬세한 스리백을 장착한 것이나 왕성한 활동 반경을 자랑하는 미드필더를 고르는 대신에 공격형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역할을 엄격히 제한한 것도 대륙의 성공전략을 모방한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심리적인 접근도 달라졌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즐기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 잉글랜드가 초호화 멤버를 보유하고도 월드컵에서 거듭 실패한 것은 선수들의 투지나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과해서라고 믿는다.
FT는 "경기를 즐기라는 말은 과거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고 했다.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훈련 캠프에서 자유롭게 비디오 게임을 하고, 볼링을 하는 등 여유 있는 분위기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팬들과 미디어의 관심이 떨어진 지금의 상황을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반기는 것도 그래서다.
마침 첫 경기 상대도 덜 껄끄러운 튀니지다. 잉글랜드는 19일 오전 3시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튀니지를 상대한다.
물론 잉글랜드가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를 거두면 팬들과 미디어의 야단법석이 다시 시작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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