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대선 41세 우파 후보 승리…평화협정 앞날에 '먹구름'(종합)
두케, 54% 득표로 12%p 차 승리…관대한 협정 반대 우리베 전 대통령 후계자
옛 반군 무장투쟁 회귀 우려…두케, 최연소 대통령으로 정치·행정 경험 적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콜롬비아에서 1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반군과의 평화협정 수정론자인 40대 초반의 보수우파 후보가 최연소로 당선됐다.
콜롬비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투표의 98%를 개표한 결과, 우파 '민주중도당'의 이반 두케 후보가 54%를 득표해 당선이 확정됐다. 좌파연합 '인간적인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는 41.8%에 그쳤다. 무효표는 4.2%였다.
지난달 27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두케 후보는 39%를, 페트로 후보는 25%를 각각 득표해 두 후보가 결선투표에 올랐다.
결선투표에서 이변은 없었다. 막판 현지 여론조사에서 두케가 6∼15%포인트 차로 페트로를 누르고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대로였다.
콜롬비아는 전통적으로 보수우파 색채가 강한 나라로, 현대 정치사가 시작된 이후 좌파가 당선된 적이 없다. 좌파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페트로는 1973년에 결성된 좌파 게릴라 조직인 M-19 출신으로 2012∼2015년 보고타 시장을 지낸 바 있다.
변호사 출신의 두케 전 상원의원은 강경우파 성향의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이 낙점한 정치적 후계자로 여겨진다. 우리베 전 대통령은 정부가 반세기 넘게 계속된 내전을 끝내려고 2016년 옛 최대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체결한 평화협정에 대한 국민투표 당시 반대운동을 펼쳤다.
미국 유학 경험이 있는 친시장주의자인 두케는 법인세 등 각종 세금 인하, 조세포탈 단속 강화, 치안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두케는 올해 41세로, 콜롬비아 현대 정치사상 최연소 대통령이다. 정치·행정 경험이 적은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두케는 우리베 전 대통령의 후계자답게 정부가 옛 FARC와 체결한 평화협정에 대해 비판적이다.
두케는 협정을 파기하지는 않겠지만 협정이 내전 기간에 마약밀매, 살인과 납치 등 중범죄를 저지른 반군 지도자들에게 너무 관대한 만큼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반면 페트로는 기존 평화협정 지지론자다.
두케의 당선으로 평화협정 이행에 험로가 예상된다. 사회로 복귀한 옛 FARC 대원 7천여 명 중 일부가 다시 무장투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대선 투표는 50여 년 만에 처음 반군과의 무력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치러졌다. 옛 FARC가 정당으로 거듭난 데다 최후 주요 반군인 민족해방군(ELN)은 대선을 전후로 임시 정전을 선언했다.
16만 명에 달하는 군경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투표소 인근에 배치됐으며, 미주기구(OAS)와 유럽연합(EU) 등이 파견한 참관단이 투표 절차를 지켜봤다.
옛 FARC와의 평화협정 산파 역할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중도우파 후안 마누엘 산토스 현 대통령은 3선을 금지하는 헌법에 따라 불출마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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