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후 달라진 北관영방송…"트럼프를 이전과 다르게 호칭"
AP "'노망난 늙은이' 대신 트럼프 '대통령', '최고지도자'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북한 방송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이틀 만에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이전과는 다르게 묘사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에릭 탈매지 AP통신 평양지국장은 '북한이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현저히 다른 관점으로 보여준다'는 제목의 평양발 기사에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회담 개최 이틀 만에 처음으로 회담 소식을 보도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회담 개최일과 방영일까지 이틀이라는 시차가 있었던 만큼 영상에는 고심하고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을 유례없이 진지하고, 심지어 장엄하게까지 묘사한 방송은 마치 섬세하게 연출된 '리얼리티 쇼'를 연상케 했다. 북한 당국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어릴 때부터 반미사상을 심어줬던 것처럼 이번에는 북미 관계 변화에 따라 새로운 연출에 돌입한 듯한 모습이라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칭도 달라졌다고 AP는 전했다.
이전까지는 아무런 경칭 없이 '트럼프'라고만 불렀으나 이제는 '미 합중국 대통령'이나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심지어는 '최고지도자'라고 경칭을 붙여서 부른다는 것이다.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성명을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노망난 늙은이'(dotard)라고 부른 것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물론 이 42분짜리 방송의 주인공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김 위원장이다. 방송이 20분쯤 지나야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뉴스 진행자는 김 위원장을 그의 나잇대를 넘어서는 역량을 갖춘 인물로 묘사했다.
방송은 김 위원장이 평양 공항에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소속 항공기에 탑승하는 장면부터 시작해 시간순으로 진행된다.
싱가포르 공항에서 내려 세인트 리지스 호텔로 이동하는 길에 사람들이 마치 인기 록가수가 나온 듯 김 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드는 장면도 담겼다.
공동합의문 서명 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전용차량 '비스트'(Beast) 안을 보여주던 장면도 소개했다.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된 트럼프 대통령이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장면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손대신 발을 써서 의자를 움직이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두 장면 모두 북한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AP통신은 북한 관영방송이 정상회담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보도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며 언론이 통제된 북한에선 외부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며 북한 당국은 여론몰이용으로 언론을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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