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정부서 첫 공무원 임금체불…채무위기 신호탄인가
후난성 레이양市, 재정악화로 공무원들에 5월분 급여 지급 못해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지방정부에서 처음으로 공무원 임금체불 사태가 빚어지며 중국의 채무위기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15일 중국 제일재경일보와 차이신(財新)망에 따르면 중국 중부 후난(湖南)성의 현(縣)급 도시인 레이양시 정부가 재정수지 악화로 현지 당정 공무원들의 5월분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 지방정부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임금체불 사건이다.
공무원들로 추정되는 레이양의 네티즌이 토론 사이트 '홍망'(紅網)에 5월분 급여가 언제 지급될지를 문의하는 글을 올리며 급여 미지급 사실이 드러났다.
한 네티즌은 "지난 한달간 정말 힘들었다. 5월분 월급을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 6월분 월급도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는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라고 하소연했다.
레이양시 정부는 시 금고에 비축된 자금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시인하며 재정 이전 및 긴급 자금 조달을 통해 최단시간내 급여 지급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이번 급여 미지급의 원인을 둘러싸고 레이양시의 방만한 재정운영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과 함께 이번 사태가 중국 지방정부 채무위기의 폭발을 의미하는 것 아닌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레이양은 후난성에서 면적이 가장 넓고, 인구도 가장 많은 현급 도시로 경제규모 역시 후난성에서 선두권을 차지해왔다. 석탄 매장량이 5억6천만t에 달하며 중국 굴지의 '에너지 도시'로 불렸지만 지난 몇년간 중국 석탄산업의 어려움이 심화하며 레이양시도 경제성장 둔화, 재정상황 악화를 겪어왔다.
지난해 레이양시 정부가 석탄 생산 과정에서 챙기는 수수료 수입이 2012년에 비해 10억 위안(1천7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시 재정이 악화하는데도 공무원 임금은 인상되고 민생복지 지출은 갈수록 늘어났다.
올해 레이양시의 예산보고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시 정부의 부채는 총 130억3천400만 위안(2조2천86억원)에 달한다.
시 정부가 직접 상환해야 할 채무는 24억6천200만 위안, 담보 책임을 진 채무는 2천만 위안, 일정한 구제 책임을 진 채무는 105억5천200만 위안에 이른다.
그간 중국 지방정부는 막대한 차입금으로 각종 투자 사업을 벌이며 경제성장을 추구해오다 중국 전체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중국 재정부는 지난 3월 말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거나 지방정부가 암묵적으로 보증하는 인프라 사업에 대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최근 중국 지방과 중앙 정부의 채무가 총 37조 위안(6천269조원)에 달한다는 황치판(黃奇帆) 전인대 재경위원회 부주임의 진단이 나온바 있다. 여기에 중국 재정부가 밝힌 중국 국유기업의 채무 94조 위안(1경5천928조원)을 합하면 중국 정부기관의 부채는 총 130조 위안을 넘어선다.
현재 중국 중앙정부의 강력한 부채 규제로 지방정부들이 '잠수'를 타는 중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정부 어느 곳도 가장 먼저 손을 들려 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중단할지언정, 또는 월급을 주지 않을 지언정 채무 문제에 눈 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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